<달구벌 아침>`법률용어의 오류’바로잡기
<달구벌 아침>`법률용어의 오류’바로잡기
  • 승인 2012.06.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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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환 변호사

필자는 지난번에 `법률용어의 오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본지 2012. 5. 13.자 달구벌 아침), 지면(紙面)의 한계 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을 다하지 못한 채, 글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필자의 머리속에 아직 더 남아있던 탓에 그리고 이번 기회에 독자여러분께 법률용어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알려드리고자 다시 한 번 오류 바로 잡기를 시도해 본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오류를 이야기하자면, 빠트릴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판사봉’ 에 관한 것이다. 드리마나 영화 속에서 판사의 역할을 담당한 배우들은 근엄하게 “피고인을 사형에 처한다”라는 대사를 읊은 뒤, 자연스럽게 나무망치처럼 생긴 봉을 들어 `탕, 탕, 탕’하며 세 번을 두드린다.

이런 장면이 국민들의 뇌리 속에 깊게 자리 잡아서인지, 돌잔치의 하이라이트인 돌잡이를 할 때, 돌잡이 상에 빠지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나무망치처럼 생긴 `봉’이고, 주인공인 돌맞이 아기가 `봉(?)’을 잡으면, 으레 사회자는 “아이가 판사봉을 잡았습니다. 나중에 자라서 판·검사가 되려나 봐요. 하객 여러분 축하해 주세요”라는 멘트를 하곤 한다.

그러나 이를 어찌할꼬? 대한민국 법정에는 `판사봉’, `법봉’ 기타 어떠한 이름의 `봉’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판사가 판결을 선고한 뒤, 나무망치처럼 생긴 봉을 들어 `탕, 탕. 탕’하며 세 번을 두드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 위해 연출된 장면에 불과할 뿐, 실제로 대한민국 법정(法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장면은 아니다. 대한민국 법정에서 선고되는 판결은, 재판장(판사)이 `피고인을 징역 몇 년에 처한다’(형사재판의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민사재판의 경우)는 판결의 주문(主文)을 낭독함으로써 끝이다.

사실이 아닌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돌잡이 때 `판사봉’을 잡은 아이의 부모들이여, 낙담일랑 하지 말자. 아이에 대한 꿈은 꿈대로 키워 나가되, 사실이 아닌 건 `아니다’라고 다시 바로 잡아주면 되니깐... 우스운 얘기지만, 사실 이렇게 `판사봉’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는 필자의 어린 아들도 돌잡이 때 `판사봉’을 잡았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필자의 머릿속에는 `돌잡이 상에 차라리 뿅망치를 올려놓을 걸 그랬나’라는 우스꽝스런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이번에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판·검사의 법복(法服)을 도마 위에 올려본다. 독자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판사, 검사가 법정에서 입는 법복(法服)은 모두 검정색 가운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판사가 입는 법복은 정면 에서 봤을 때 어깨선부터 아랫단까지 전체적으로 `Y`자 형태로 보이는 보라색의 굵은 장식단선이 드리워져 있고, 검사가 입는 법복은 ’11`자 형태로 보이는 자주색의 굵은 장식단선이 드리워져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끔씩, 판사석에 앉아 있는 배우가 검사의 법복을, 검사석에 않아 있는 배우가 판사의 법복을 입고 있는 장면을 볼 수가 있는데, 실소(失笑)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신문이나, TV뉴스의 자막을 보면, 변호사를 지칭할 때, 그 앞에 `변호인’, `법률대리인’, `법정대리인’, `소송대리인’ 등의 용어가 중구난망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변호인’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위해 변론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이고, `소송대리인’은 `행정, 민사, 가사 등의 재판에서 당사자가 된 일방을 위하여, 그 일방을 대신해서 변론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한편, `변호사’라는 명칭은 `일체의 법률사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므로, 변호사는 형사법정에서 `변호인’이라 호칭되고(정확하게는, 피고인△△△의 변호인 변호사000), 민사·가사·행정 등의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에서 `소송대리인’이라 호칭된다(정확하게는, 원고△△△의 소송대리인 변호사000).

그리고, `법정대리인’은 `미성년자에게 있어 부모’와 같이 `법률에 따리 일정한 대리권을 가지는 사람’을 의미하고, `법률상의 대리인’은 `당해 회사의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법인등기부에 법률상의 대리인으로 등기된 사람’을 의미하므로, 앞서 거론한 여러 단어들은 명칭이 비슷할 뿐,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는 단어들이기에, 용어사용에 있어 정확성을 기해야 한다.

좁은 지면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오류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일부라도 바로 잡혀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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