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열린사회와 그 적들
<달구벌 아침>열린사회와 그 적들
  • 승인 2012.06.1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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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가 또 시끄럽다. 칼 포퍼가 말한 열린사회의 적들 때문이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칼 포퍼는 `열린사회’란 개인의 판단과 결정이 존중 받는 사회이며, `그 적들’이란 비타협적 급진주의와 전체주의라고 했다. 바로 그 비타협적 급진주의와 전체주의가 지난 몇 주일 동안 한국정치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첫째, 비타협적 급진주의의 문제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건을 계기로 떠오르고 있는 통합진보당 내부의 특정 정파를 둘러싼 논란을 말한다. 통합진보당에 있는 경기동부연합이라고 하는 정파가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부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것은 당 자체 조사를 통해 일정하게 사실인 것으로 확인이 된 모양이다.

당 내외 여론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으므로 적절한 처벌과 치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문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세력은 그것을 인정하기는커녕 어떤 조치를 취하려는 통합진보당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거나 폭력으로 방해하였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이 의사결정 방해와 폭력 문제로 번지더니 이 문제는 급기야 그 정파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정치적 성향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되었다. 이를 계기로 해묵은 `종북 주사파’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종북 주사파 논쟁이란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오면서 민주노동당이 북한에 대해 무비판적이라는 노선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말한다. 종북 주사파의 노선 문제는 통합진보당의 혁신 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종북 주사파의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는 정말 문제다. 그것은 열린사회의 세계관이 아니다. 이런 비타협적 급진주의는 냉전시대에 군부독재와 싸우면서 생겨났다. 절망적 상황이 낳은 `시대의 아들’이다. 그러나 그 시대의 아들이 이제 시대착오적 세계관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쉽게 무시하는 목적지상주의적 태도라든지 개인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집단주의적 가치는 어떤 이유로든 받아들이기 어렵다.

둘째, 다른 하나는 전체주의의 문제이다. 앞에서 말한 종북 주사파와 같은 비타협적 급진주의 세력들을 어떤 방법으로 배제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전체주의적 사상을 가진 세력들이 고개들 들고 있다.

종북 주사파와 같은 비민주적 세력을 정치에서 배제하는 방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정치는 그렇지 않다. 종북 주사파의 문제를 확대하면서 진보진영 전체를 이념적으로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그것을 계기로 억압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열린사회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전체주의’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대해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항변은 이유 있다. 왜냐하면 새누리당이 말하는 `종북’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국회에서 다루려고 하는 북한인권법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그것을 종북이라고 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북한인권 신장에 동의하되 어떻게 그것을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그것을 이념적으로 색깔을 칠해서 매도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다.

이런 색깔론도 그렇고, 폭력으로 민주적 헌정질서를 파괴한 전두환 전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공식행사장에 나타난 광경도 놀랍다. 어떻게 저처럼 의기양양할 수 있는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거꾸로 돌아가려는 것인가? 우려가 깊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8군사쿠데타로 군부독재를 연장시켰고 그것으로 무기징역형의 처벌을 받은 사람이 아닌가?

칼 포퍼가 말하는 열린사회의 적이 아닌가? 그의 등장이 심히 당황스럽다. 민주주의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인가? 누가 어떤 경위로 그런 광경을 만들었는지 밝혀야 할 것 같다. 열린사회의 적은 종북 주사파와 같은 비타협적 급진주의만이 아니라 냉전 파시즘과 같은 전체주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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