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메뉴판 속 커피이야기
<달구벌 아침>메뉴판 속 커피이야기
  • 승인 2012.07.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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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환 변호사

커피전문점을 들렀을 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손에 들게 되는 Coffee-menu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히 커피의 이름과 가격이겠지만, 그 메뉴판 안에는 커피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꼭꼭 숨어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비엔나커피(Vienna Coffee). 아메리카노 위에 하얀 크림을 듬뿍 얹은 커피로서,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서 유래하여 3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정작 오스트리아 빈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 비엔나커피의 본래 이름이 아인슈패너 커피(Einspanner Coffee)이기 때문이다.

마차(馬車)에서 내리기 힘들었던 옛 마부(馬夫)들이 한 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는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얹은 커피를 마신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비엔나커피의 시초가 되었는데, 마차(馬車)를 일컫는 용어가 바로 아인슈패너(Einspanner Coffee)이다.

`커피의 황제’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가진 커피는 바로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이다. 영국 왕실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즐겨 마시는 커피로 알려지면서 `커피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데, 커피들의 이름이 으레 그러하듯,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이라는 커피 이름도 이 커피의 생산지인 `자메이카(Jamaica)의 동쪽 블루 마운틴 지역’에서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메이카에서는 카리브 해(海)의 서늘한 기후와 빈번한 안개, 풍부한 강수량, 빗물이 투과되는 토질 등 천혜의 환경 덕분에 최상의 커피가 재배되고 있는데, 자메이카에서 재배되는 커피 중에서도 소량 재배를 원칙으로 해발 2,000m 이상에서 재배되는 커피에만 블루 마운틴이라 칭하며,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여 최고의 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리시 커피(Irish Coffee)는 커피에 위스키를 넣어 만든 것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칵테일 커피인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아일랜드의 국제공항에 위치한 한 술집 주인이 처음으로 고안해 낸 커피라는 일화가 전해진다.

우리나라 모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1회용 분말커피 중에는 수프레모(Supremo)라는 이름의 커피가 있다. 사실 수프레모(Supremo)는 콜롬비아(Colombia)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한 종류를 일컫는 이름이다.

수프레모(Supremo)는 콜롬비아 안데스산맥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데, 부드러운 신맛과 진한 초콜릿 향과 같은 단맛이 특징으로, 마일드 커피(Mild Coffee)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콜롬비아는 연간 98만 톤의 커피를 생산하여 세계 총생산량의 12~15%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커피 생산량이 많은 나라인데, 과거 프랑스 예수회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콜롬비아에 커피 씨앗을 뿌렸다고 전해진다.

`커피 생산국’이라면, 흔히 `아프리카’ 혹은 `중남미’ 쪽을 생각하는 필자의 선입견을 깨트린 커피가 바로 `인도네시아 커피’이었다. 인도네시아 커피의 유래는 이렇게 전해진다. 커피에 맛을 들인 과거의 유럽인들은 커피나무나 싹을 틔울 수 있는 커피원두를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반면 그 시절 커피를 독점하고 있었던 아랍인들은 커피 독점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커피원두를 볶아서 수출하도록 규정했는데, 그 이유는 볶은 커피로는 싹을 틔울 수 없어 커피 재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랍인들이 그토록 삼엄하게 지키던 커피묘목을 빼내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유럽인은 바로 네덜란드인이었다. 네덜란드는 커피를 재배하겠다는 야심으로 커피묘목을 자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자바(Java)섬에 심었다고 한다. 이러한 유래가 있기에 여름철에 즐기는 시원한 아이스커피 중 water-drip 방식으로 추출되는 네덜란드인의 더치커피(Dutch Coffee) 또한 인도네시아 자바 커피로 만들어져야 제 맛이다.

한편, 최근에는 동물의 소화기관을 이용한 신기한 커피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커피가 인도네시아의 루왁(Luwak)과 베트남의 콘삭(con soc)이다. 베트남 고산지대에서는 커피 수확 철이 되면 굶주린 다람쥐를 방목하여 잘 읽은 커피열매(생두)를 먹게 한 다음, 다음날 다람쥐가 배설한 소화되지 않은 커피열매(생두)를 세척하고, 건조하기를 반복하는데 이것이, 바로 `콘삭’, 일명 `다람쥐 똥 커피’이고, 인도네시아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사향고양이를 이용해서 만들어 낸 커피가 바로 `루왁’이다. 뜨거운 여름, 나의 휴가는 커피 한잔의 여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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