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향기>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회주 우학스님
<종교의 향기>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회주 우학스님
  • 김덕룡
  • 승인 2009.04.0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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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세계불교로 거듭나게 만들겠다"
대구시 남구 봉덕 3동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불교대학·관음사의 명칭에는 특별한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저 한국불교대학·관음사가 아니라 한국불교대학·대(大)관음사다. 大관음사는 ‘대구 관음사’의 줄임말이지만 ‘큰 절’이란 의미가 더 강하다. 이 절은 불교타운의 인드라망적 완성을 목표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논스톱 시스템, 신개념의 도심 총림, 전통과 첨단의 완벽한 조화 등을 구호로 내걸고 있다.

기자가 절을 찾은 지난달 30일 오후만 해도 크고 작은 법당과 도서관, 수행관 등에는 독경이나 사경(寫經), 참회 기도나 참선 중인 신도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매일 바쁜 일정 탓에 기자와의 인터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상기된 표정으로 달려온 회주(會主) 無一우학 스님(사진)을 이 사찰 안의 갤러리에서 만났다. <편집자註>

"수행.교육.문화.복지 중심 국내외 1천여 분원 세울터"

◆깨달음과 지혜

△불가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고교 시절 저를 무척이나 아껴주시던 삼촌이 계셨는데 어느 날 삼촌이 몸이 안 좋아 병원에서 영양주사를 맞았는데 갑자기 쇼크를 받아 돌아가셨지요.

어린 나이에 그 일로 충격을 받은 저는 ‘삶’과 ‘죽음’에 대해 근원적인 의문을 갖게 됐죠.
그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결국 출가를 결심하고 통도사에 들어갔지요.

다시 말해 사람이 죽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라는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 끝에 입문을 결심하게 된 거죠.

△중생들은 늘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합니다. ‘삶’과 ‘죽음’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합니까?

-‘삶’과 ‘죽음’에 대해선 중도(中道)적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삶’에서 ‘죽음’을 보고 ‘죽음’에서 ‘삶’을 생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삶’과 ‘죽음’은 한 뿌리며 공존하는 하나인 것이지요.

사람은 개인의 욕심을 위해 살 것이 아니라 공공의 복리를 생각하고 사회전체를 행복하게 해야 합니다. 이는 사회 속에 개인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런 것들을 행하다 보면 ‘삶’과 ‘죽음’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겠지요.

△금강경(金剛經)을 살펴보면 각자가 맡은 배역을 잘 해내려면 물질과 사람에 대한 애착(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중생들이 애착(집착)을 버릴 수 있을까요?

-‘사랑은 넓게 베풀 돼 집착 없이 사랑하라’는 말이 있어요. 고전소설인 흥부전에서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준 것처럼 무슨 일을 하더라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동해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계약적인 관계입니다. 남에게 무언가 줄 때 반드시 받을 것을 먼저 생각하는데 결국 대가를 바라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지요.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는 어떤 곳입니까?

-이곳은 4가지 모토를 갖고 운영되는 사찰입니다. 첫째는 수행인데 모든 신도는 수행해야 합니다. 그것이 믿음의 기본이죠. 또 하나는 교육입니다. 교육을 통해 부처님의 메시지를 배워야 하죠. ‘불교대학’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봉사하는 삶입니다. 이타적인 삶을 추구하는 불교의 회향이 바로 사회로의 환원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민족과 함께 해 온 문화의 정체성을 알리는 도량이 돼야 합니다. 이곳은 불교 노래 보급, 템플스테이, 전통 사물놀이 등 문화단체가 많습니다.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새로운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 문화죠.

△스님은 불교 지도자이며 CEO로 알려져 있습니다. 大관음사는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불교대학인데 성공 비결이 뭐라고 보십니까?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를 연 것은 1992년 5월15일입니다. 대구 남구청 앞 4층짜리 건물의 맨 꼭대기 층을 보증금 3천 만원, 월세 50만원에 임차한 허름한 공간에서 시작했지요.

당시 절이 다른 종교 단체로 넘어간다는 소문에 ‘그것만은 안 된다.’는 불제자의 오기가 발동하더군요.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내가 한번 해보겠다.’며 나섰지요. 그게 승복을 입고 부처님 밥을 내려서 먹는 사람으로서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은 게 아니겠냐고 생각했어요. 문제는 돈이었는데 참선이나 하던 선객에게 보증금과 월세를 낼 돈이 있을 리 없죠. 보증금을 구하기 위해 돈을 빌리다 못해 속가의 부모 형제까지 찾아 손을 벌렸어요. 당시 갖고 있던 돈 127만원을 쪼개 50만원은 월세로 내고 50만원으로 복사기를 구입했고 남은 돈 27만원으로는 플래카드 10개를 만들어 대구 곳곳에 내걸었어요.

얼마나 신도들이 불교의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있었는지 첫 개강 때부터 수강생들이 몰려들어 빠른 속도로 현재의 자리를 갖추게 됐어요.

△최근 기업이나 조직이 변화에 제대로 적응키 위해선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보다는 최고지식경영자(CKO·Chief Knowledge Officer)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CKO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신지?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는 한 명의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즉 제도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요. 그것이 17년간 이곳을 운영해 오면서 터득한 방법이죠.

이곳은 모두 분야별로 조직을 갖고 돌아가도록 돼 있어요. 즉 각 영역별로 운영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제가 3개월씩 안거에 들어가도 운영이 되지요.

◆한국불교의 세계화

△스님께선 최근 미국 포교에 대한 원력을 세우고 6개월 간 미국에 체류하며 불교의 현실을 느끼고 체험하셨는데?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한국 불교는 거의 모른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들이 아는 것은 대부분 일본·티베트·미얀마 등의 불교죠.

한국불교의 존재감은 없습니다. 종단에서도 말로만 세계화, 국제화를 외칠게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전경.

미국에 체류하면서 세운 목표가 있는데 인재를 키울만한 도량을 만드는 게 첫째 목표였고 교민과 유학생들을 교화하고 외국인 행자를 데리고 오는 것이었죠.

두 가지는 진척 사항이 없었지만 외국인 두 명을 손수 머리 깎여서 데리고 왔는데 현재 본격적인 행자생활에 들어갔어요.

△끝으로 스님의 소망은 무엇입니까?

-앞으로 국내외에 1천개의 분원을 세울 겁니다. 이들 사찰이 중심이 돼 수행과 교육, 문화, 복지에 바람을 일으킴으로써 한국 불교를 세계 불교로 거듭나게 만들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불교 포교에도 보다 매진키 위해 현대에 맞도록 책을 출간해 나눠주거나 인터넷 카페를 활용한 온라인 포교를 통해 포교의 새로운 장을 열고 싶습니다.

인터뷰 도중 우학 스님의 구구절절한 법문 한 마디 듣지 못했지만 찻잔에 담아 건네주시던 그 웃음소리와 편안한 목소리가 커다란 깨우침을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大관음사를 찾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그럴싸한 법문보다는 실천행으로 자비의 마음도, 보시의 실천도 솔선수범으로 보여주고 계신 스님의 그러한 마음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학스님은? 1959년 경북 경주 출생. 동국대 한의예대를 다니다 21세 때 조계종 통도사에서 출가했으며 성파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선방, 토굴, 강원, 무문관에서 참선 등 정통 수행을 체계적으로 닦아 왔으며 성우 대율사로부터 비니(毘尼) 정맥을 이었다.

현재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에서 회주의 소임을 맡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간화선을 한 단계 발전시킨 선관쌍수(禪觀雙修)로써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저거는 맨 날 고기 묵고 1.2’, ‘길손여행’, ‘완벽한 참선법’, ‘최상의 기도법’, ‘일일명상록’, ‘불교혁신론 &포교론’, ‘명심보감’,‘화엄경약찬게 법문(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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