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의 어제와 오늘
대구 섬유의 어제와 오늘
  • 남승현
  • 승인 2009.04.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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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소재'로 제2의 르네상스 맞는다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대구를 이태리 밀라노에 버금가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시작된 밀라노 프로젝트. 10여년이 지난 2009년 대구의 섬유는 주력 산업에서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주력인 섬유가 골칫 덩어리, 사양산업만으로 인식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소재를 중심으로 한 미래 신(新)섬유는 여전히 고부가가치에 신 성장 동력 산업이기 때문이다. 대구 섬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해 ‘제2의 도약’이 가능한 지를 알아본다.<편집자주>

1960년대 부흥기 전세계 시장 좌지우지 IMF 겪으며 몰락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밀라노' 시작 모방.베끼기로 침체기
섬유창조協 결성 나노.탄소.수퍼섬유 등 신소재로 재도약 기대

◆대구 섬유 과거와 현재

1960년대 대구지역에서 섬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국무역은 한때 재계 20위권안에 드는 대기업으로서 지역 섬유뿐 아니라 전 세계 폴리에스테르 시장을 좌지우지했다.

갑을도 동국무역과 쌍두마차를 이루며 대구지역 섬유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하지만 두 대기업은 1998년 IMF때 화의신청과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는 등 급속도로 경영이 악화됐으며 지역 중견기업들도 환란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대기업 위주의 소품종 대량생산에 따른 물량 공세’를 배제하고 이태리를 비롯한 유럽, 미국, 일본 등 섬유 선진국과 겨룰수 있도록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밀라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밀라노프로젝트는 기반 구축 단계인 1단계(1999∼2003년)에 6천800억원, 연구개발 단계인 2단계(2004∼2008년)에는 1천978억원 등 10년 동안 8천778억원이 투입됐다.

마지막 3단계(2009∼2012년)는 404억원을 들여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기업지원,인력양성 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시행 후 많은 기업들이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 구축에 나섰으나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의 대량생산에 따른 저가 공세는 지속돼 결국 밀라노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9년 지역 섬유 업계는 고질적인 제살깎기식 경쟁과 모방, 베끼기를 없애기 위한 창조적인 제품 생산으로 최소한 동반 침체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치고 있다.

㈜보광, 서광무역㈜, 풍전티티, ㈜진영, 신풍섬유㈜ 등 지역의 21개 섬유업체는 대구시, 대구경북중소기업청, 대구전략산업기획단 등 8개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아 ‘대구경북 섬유산업 신문화 창조협의회’(이하 섬유창조협)를 결성했다.

섬유창조협은 △창조섬유제품 기획 및 디자인, 시제품 제작 및 상품화 △연 2회 마케팅을 위한 프로모션 개최 △소재 관련 책자 제작 △베끼기 업체에 대한 항의방문과 웹공지를 통한 도덕적 책임 추궁 등의 활동을 하기로 다짐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이런 노력으로 6개업체는 지난해 독창적인 특화기술과 스트림 공정별 요소기술을 개발, 창조성 높은 제품을 생산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텍스퀘스트(대표 이종각)는 마이크로 멀티 섬유의 컬러 염착성(물이 드는 성질) 차이를 이용한 고품위 파일(Pile) 제품을 개발했다. ㈜보광(대표 윤원보)은 나이론 세섬사를 활용해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된 조직 개발을 완료했다.

금보섬유(대표 이곤모)는 XLA 원사를 사용한 신축성 있는 직물 개발을 했다. SIT Corp(대표 손구)는 흡한속건사(땀 흡수가 빠르고 몸을 늘 쾌적하게 유지시켜주는 기능사)와 PTT사를 이용한 사커(Sucker) 직물을 개발했다. 이들 상품들은 올해 상품 트렌드에 부합해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섬유 창조협에 참여하는 업체 대표들은 “섬유의 모방과 베끼기에 대한 기준이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 며 “하지만 관행을 배제하는 것만이기업을 성장시키는 길이라는 판단에서 이 모임을 더욱 활성화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구 섬유 미래‘슈퍼 섬유’로 거듭난다.

신(新)섬유는 단순한 의류가 아닌 자동차, 무인헬기, 윈드 블레이드, 인공혈관, 스마트의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국내 섬유업계도 고부가가치 신섬유 개발을 위해 탄소섬유, 나노섬유, 스마트섬유, 슈퍼섬유, 자원순환섬유 등 녹색성장 섬유원천 소재와 친환경 그린 섬유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대구경제살리기추진위원은 올해 초 ‘슈퍼 소재 융합 제품의 산업화’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사업은 자동차, 반도체, 스포츠/레저, 환경/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는 슈퍼 섬유 융합 제품의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산업용 섬유 산업의 연구 개발(R&D) 지원 및 인프라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사업이 국책 사업으로 채택되면 오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국비 1천250억원을 포함한 총 예산 2천100억원을 투입,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슈퍼 섬유는 강철보다 강한 고강도와 고도의 내열성을 가진 특수 섬유 소재로 아라미드섬유, 고강력PE섬유, 무기섬유, 탄소섬유 등이 대표적이다.

이 섬유는 의류 뿐 아니라 IT, BT, NT, ET, ST 등 전방위 산업의 필수 부품 소재로 사용 가능하며, 향후 첨단 산업 분야로 수요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응용 산업 분야가 무궁무진한 슈퍼 소재 융합 제품은 특히 친환경, 청정에너지, 재생에너지 등 녹색 성장 산업에서 전망이 밝다.

DYETEC의 조사에 따르면 관련 사업을 통해 현재 23억 달러 수준인 지역 섬유 수출 규모를 6년 후인 오는 2015년엔 2배 가까운 40억 달러로 늘릴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KTDI 이춘식 원장은 “의류용 섬유 산업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추격으로 시장을 잠식 당해 시장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슈퍼 소재 융합 제품의 산업화를 통해 지역 섬유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섬유 선진국은

이태리 등은 다품종 소량생산과 장인 정신으로 무장돼 소규모로 원단을 갖고 제품을 만드는 곳들이 흔하다.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선진국들은 소품종 대량생산과는 거리가 멀며 섬유의 꽃으로 불리는 염색에 있어서도 한 걸음 더 나가있다.

실제 독일, 영국, 이태리 등 섬유 선진국은 환경친화적 제품 개발을 위해 천연염료에 대한 생산 및 연구를 왕성히 하고 있다.

독일은 환경친화적 제품을 인증·관리하는 환경마크제도를 실시해 튀어링과 브란덴 부르크를 천연염료 전문생산지역으로 지정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사염(絲染)방법을 통한 천연염색 숄을 대량생산하고 있으며, 스코틀랜드풍의 사염색 제품인 격자무늬(Tartan) 제품을 상품화하는데성공했다.

이태리는 섬유 단지가 있는 플라토와 코모를 중심으로 천연염색 업체가 생겨나면서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정제·분말·에끼스 등 다양한 형태로 천연염색 제품을 상품화하고 있다.

명주 원산지로 유명한 중국 장쑤성 쑤저우는 천연염색 생산과정과 패션쇼, 상품 판매를 관광산업과 연계하고 있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지역 섬유가 사양산업에서 제2의 도약기를 맞기 위해서는 슈퍼섬유 등 신섬유 개발과 함께 장인정신 및 다품종 소량생산, 전문화된 기능을 갖춘 업체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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