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민영화
<달구벌 아침> 민영화
  • 승인 2012.09.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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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순제(대구대학교 도시행정학과)

MB정부가 출범한 이래 의료민영화에서 보듯이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행되어 왔고 임기 말에 이르러 공항운영권, 새로 신설되는 수서발 KTX의 민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기업의 민영화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해방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민간자본의 열악한 자본력과 기술력 때문에 우리나라는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다.

정부주도로 원조와 차관 등을 통하여 대규모로 자본을 조성하고 철도, 공항, 방송, 광업, 전력, 제철, 해운 등 기간산업분야에 직접 공기업을 설립하여 운영하여왔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로 국가부도의 위기에 처하였고 정부는 공공부문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래전부터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어 왔던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였고 MB정부 들어 민영화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공기업의 민영화를 주장하는 논리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정부의 실패이다. 즉 공공부문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부문에 비하여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기업의 자연독점성으로 인하여 도덕적 해이와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소비자의 선택이 제한되기 때문에 민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독점 공기업이 독점 사기업이 되면 더욱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민간부문은 공기업에 비하여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가 힘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규제의 완화와 철폐를 수반할 수밖에 없으므로 공익성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즉 민영화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기업 특성상 사회정의, 삶의 질 향상, 빈부격차 해소 등 사회·정치적 측면을 외면함으로써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시장의 실패를 가져오게 된다.

더욱이 수서발 KTX에서 보듯이 기업적 운영이 가능한 공공사업을 우선적으로 민영화하다 보면 민간 기업은 재정적 수익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는 사업을 수행하고 정부는 적자가 나는 공기업만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국내자본이 취약하고 외국인 자본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자본의 직·간접 개입을 불러오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부의 해외유출 통로로 이용되어 왔다.

민영화의 전형적 형태인 공공부문의 민간투자 사업은 1990년대 중반 고속도로나 항만건설에서 시작하여 최근에는 지방정부의 도로, 교량, 지하철, 학교, 병원 등의 공공시설에서도 나타난다. 문제가 되었던 서울 지하철 9호선, 광주 순환고속도로, 대구의 범안로 등 많은 대도시들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민자 사업은 재정이 부족한 지방정부를 대신하여 민간의 자본과 기술로 공공시설물을 건설하고 운영하여 적기에 공급하여 시민의 편의를 제공하는 명분으로 자주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민자 사업은 자연적 독점이 전제된 사업이며 이에 참여한 투자자에게는 해당시설물의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엄청난 수익을 보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특히 불의한 연구기관에 의하여 과다 추정된 예상수입보다 훨씬 적은 실제수입의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금 제도에 의하여 과다한 보조금 지출이 이루어지거나 적자운영을 이유로 요금을 인상함으로써 이용자의 과중한 부담을 요구하게 된다.

정부의 재정확충이나 정치적 고려에 의해 공익성을 도외시한 민영화는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다. 민영화가 필요한 사업의 경우 합리적인 경쟁 환경이 조성되어야하고 경쟁구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분할된 사업자간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일괄적인 민영화보다는 각 대상기업의 산업분야별, 기업적 특성,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민자 유치사업의 경우 손실이 발생할 경우 참여기업들도 손실을 공유하는 제도, 수요예측에 대한 검증체계를 확립하고 잘못된 수요예측기관의 경우 책임을 묻는 방안 등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특히 공공사업에 관한 정보공개와 주민참여 시스템 확립, 정·관·경·연의 유착을 배제하고, 대기업의 횡포규제와 중소기업의 경영안정화, 재정 및 공적 부담의 과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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