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서 소리내는 타악기와 연율을 연주하는 가락악기로 구성된 이날 국가지정 무형문화제 제1호 종묘제례악 연주에 관객들은 끝까지 숨소리를 죽이며 한 음의 울림도 놓치지 않을 기세로 연주에 몰입해갔다.
종묘제례악 연주가 마지막 숨을 토하자 이번에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예술단의 화려한 군무인 부채춤이 뒤를 따랐다. 이 무대는 여인의 보일 듯 말 듯 새하얀 속 고쟁이 밑 외씨버선의 날렵한 춤사위가 원을 그릴 때마다, 선 고운 한복의 하늘하늘한 열두 폭 치맛자락이 꽃보다 화려한 부채 살과 어울려 천상의 군무를 보는 듯한 황홀감을 선사했다. 연세 지긋한 관객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박수와 탄성을 쏟아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과 대구 수성구(구청장 이진훈)가 공동 주최한 ‘2012 굿GOOD보러 가자’ 공연이 지난 13일 대구 수성아트리아 용지홀에서 열렸다. 다가오는 10월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의 성공개최를 염원하며 열린 이날 공연은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명인과 지역의 무형문화재 명인들이 함께 전국 총9개 도시를 순회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 공연이다. 그중 이번 대구 무대는 6번째 순회 무대였다.
1부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조선 궁중음악인 종묘제례악과 부채춤으로 전통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2부는 명인명창들과 대구지역 제자들의 화합의 무대가 펼쳐졌다. 첫 무대는 중요무형문화제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인 이생강 명인이 대구 제자 김경애씨와 함께 대금산조를 연주했다. 이생강 명인이 분홍빛 긴 소맷자락을 수줍은 듯 떨며 대숲 바람소리 같은 대금 연주를 시작하자 그의 제자 김경애씨가 뒤따르며 구성지고 구슬픈 연주를 펼쳤다.
무대에 설치된 영상으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구름속 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파르라니 깍은 머리를 고깔 속에 감춘 듯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예능보유자인 이애주 선생이 등장해 학처럼 고고한 승무 춤사위를 선사했다. 세월과 풍파에 곰삭은 스승의 무대가 지나자 그의 대구 제자 유제신, 주연희씨 3인의 승무가 한국 선(禪) 불교의 정신을 춤으로 표현하며 절정을 이어갔다.
관객과 출연자 모두 함께 노래 부르며 흥을 이어간 무대는 대구무형문화제 제8호 예능보유자인 이명희와 그의 제자 박추자, 김미숙, 지미희, 정정미가 함께 한 남도민요 공연이었다. 남도 민요의 구성진 가락을 스승과 제자가 주거니 받거니 하고 관객이 어우러지며 우리 소리의 진수를 만끽한 무대였다. 이날 공연의 사회는 영화배우이자 국악인인 오정해씨가 맞아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해설과 감칠맛 나는 진행을 펼쳤다.
이날 공연을 본 김기하(수성구 만촌동)씨는 “오늘 공연은 최고의 명인들의 공연이었던 만큼 최고의 무대였다. 어릴적 추억도 아련하게 떠오르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서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했다. 이런 공연을 아이들과 함께 와서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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