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불편 찾아 해결하는 게 공무원의 역할”
“생활 속 불편 찾아 해결하는 게 공무원의 역할”
  • 강성규
  • 승인 2012.11.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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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마다 하천 찾아 오폐수 차단 장치 개발

어려운 환경에 대학 포기 직장 생활 중 ‘석사 학위’

아내와 독서·토론이 가장 달콤한 데이트
/news/photo/first/201211/img_83295_1.jpg"김덕진주무관/news/photo/first/201211/img_83295_1.jpg"
대구시 김덕진 주무관은 “이기심이나 욕심을 버리고 직장과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일의 성과와 사람들의 인정이 따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마철 빗물과 함께 샛강으로 흘러드는 오폐수를 차단, 연간 2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 장치 ‘우수토실용 가동식 자동웨어장치’개발. 2011년 국가 기술사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덕원기술상’ 수상.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로 선정, ‘현대 한국인물사’에 등재.
이런 화려한 경력들을 보면 명성 높은 연구가나 교수쯤 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대구시청 교통국 교통관리과에서 근무하는 6급 공무원, 김덕진(53) 주무관의 경력이다. ‘공무원이 맡겨진 업무만 잘하면 되지 대체 이런 일들을 왜…’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김 주무관을 직접 만나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 좋은 정책 개발, 당연한 역할

“제가 하고 있는 일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가에 이득이 될 만한 정책들을 고민하고, 국민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찾아내 해결해 주는 것은 공무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업무만 해도 감당하기도 힘들텐데 왜 굳이 공을 들여 이런 것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느냐’는 첫 물음에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항상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원인 분석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에 몰두한다고 한다.

지난 해, 대구시 환경 녹지국에서 일하면서 개발한 ‘우수토실용 가동식 자동웨어 장치’도 매년 장마철 때마다 현장을 다니며 문제점 해결을 위해 치열하게 연구한 끝에 나온 결실이다.

“장마철이 되면 오수가 빗물에 섞여 같이 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때문에 수질오염, 악취발생, 하수처리 비용 상승 등 많은 문제들이 있었어요. 원인 파악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장마철 마다 카메라를 들고 하천을 돌아다녔고, 장치 개발을 위해 주말과 휴일에도 쉴 틈 없이 연구에 몰두했죠”

그는 국가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되고 주민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 문제들을 좀체 좌시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지난 2004년 달서구청 건설과 하수팀장으로 일할 때는 성서 IC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IC램프(일반도로와 고속도로IC 진입을 연결해 주는 도로)가 비효율적으로 설계된 것을 보고 도로공사에 줄기차게 찾아가 설득, 대안을 관철시킨 적도 있었단다.

“당시 건설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램프를 가까운 곳에 하지 못하고 한 블록 앞에 설치하는 것으로 원설계가 돼 있었어요. 그렇게 되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 주민들이 멀리 본리네거리까지 가서 유턴해 IC로 진입해야 돼야 하고, 그에 따른 교통체증 등 불편함이 눈에 뻔히 보였죠”

1999년부터 2002년까지는 대구시 감사관실에서 주요 감사장 특별점검단 요원으로 일하며 건설회사들의 부실공사와 비리 문제들을 감정했다.

김 주무관의 적극적인 감사 활동으로 공사장에 만연해 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공사 예산 절감, 시설 품질 및 안전도 향상에 크나큰 공헌을 할 수 있었다.

“그 때 건설현장은 ‘비리의 온상’이라 불릴 만큼 문제들이 많았어요. 만약 시의 감사 기능이 없고,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문제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었겠죠”

◇향학의 밑거름이 된 가난

동료 공무원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열정적인 김 주무관의 활동력과 학구열은 사실 어렸을 때부터 길러진 것이다.

경북 문경 출신인 그는 어렸을 때 가정환경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도 힘들었다.

“그 당시 문경은 촌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깡촌에 속했어요. 아버지는 산에서 나무를 해 3㎞ 떨어진 시장까지 지게를 지고 가 파는 일을 했었죠. 학교를 마친 후 부모님을 도와 일해야 했지만 학업을 놓을 수 없어 일터에도 항상 책을 들고 다녔어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정 일을 도우며 학업에 매진하는 그를 보고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밀어줘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중학교만 마치고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어머니가 저만은 꼭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가족들을 설득시켰어요. 덕분에 저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진학한 문경종합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이 훗날, 그가 ‘탁월한 기술사’로서의 공무원 인생을 걷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요즘에는 학생들의 성적순으로 인문계와 실업계 고등학교 진학이 나뉘는 경향이 크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갈 때만 해도 나뉘는 기준은 ‘집안 환경’이었어요. 실제로 제가 다닌 문경종합고에도 집안이 어려워 실업계로 진학한 인재들이 많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3년 동안 기술 자격증 취득 같은 학업에 매진했고, 그런 태도를 높이 평가한 교장 선생님의 추천으로 졸업하자마자 9급 특채로 영주군에서 일하게 됐죠”

김 주무관은 집안 환경 때문에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데서 오는 ‘콤플렉스’도 그가 가진 열정적인 학구열에 크게 한 몫 했다고 말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수업을 듣고, 영남대 산업대학원에 진학해 토목공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우리 시대 친구들이 겪는 공통된 심리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공부를 더 하지 못한 게 한이 돼 직장을 다니며 방송통신대와 야간 대학원을 다니며 학위를 딴 친구들이 주변에 많이 있어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

‘업무 중독’에다 ‘공부 욕심’까지. 이렇게 하다 보면 가정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가족들이 많이 서운해하지 않을까.

“제가 하는 일이 결국 우리 가족들을 위한 길이라 생각해요. 가족들도 처음에는 불평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 이해해주고 적극 도와주고 있어요. 특히 두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보니 아버지의 공부에 대한 열정이 큰 귀감이 됐다며 그런 면들을 존경한다고 말하죠”

그의 아내 엄혜숙씨는 ‘도문’이라는 시집까지 낸 시인이자 현재 경산시청 세무과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이다. 엄씨 또한 그에 못지 않은 ‘학구파’라 주말이면 부부가 같이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고 한다. “둘 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함께 독서하고 토론하는 게 가장 좋은 데이트”라고 김 주무관은 너스레를 떨었다.

민감한 질문을 했다. ‘시와 주민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왜 아직 6급 공무원밖에 되지 않냐. 왜 승진을 못하고 있는 것 같으냐’고.

그는 “사실 영주와 문경에서 일하다 강등 조건 같은 손해를 감수하고 (대구로) 왔어요. 그러면서 진급도 늦어지게 됐죠” 김 주무관은 자신은 이제 곧 정년이라 미련이 없지만 공무원 사회의 보수적인 문화와 연공서열제도에는 큰 아쉬움을 표했다. “공직 사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인센티브를 받는 성과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해요. 그래야지 앞으로 공직에서 일하게 될 후배들이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위해 일할 것이고, 그러면 공직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발전할 수 있게 될 거에요”

그는 최근 ‘자전거 타기’에 취미를 붙이고 있다고 한다. 올해 2월부터 대구시 교통관리과에서 자전거 정책 담당 임무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자전거 도로에 통행상 불편한 점이 없는지, 안전상 위험한 곳은 없는지 살피고 있어요. 자전거 문화 정착을 위해선 자전거 도로 정비가 최우선이 돼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기술자’답게 또 하나의 획기적인 장치도 구상 중이다. 바로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생기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같은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 같다는 그는 “이 장치가 개발되면 자전거를 이용, 환경·건강·에너지 세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생의 좌우명을 묻자 ‘매사진선(모든 일에 최선을 다함)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사람이 하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기심이나 욕심을 버리고 내 직장과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일의 성과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따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연청기자 cyc@idaegu.co.kr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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