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달려도 먹고 살 걱정”
“달리고 달려도 먹고 살 걱정”
  • 강성규
  • 승인 2012.12.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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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해결해 주세요> 3.생활고 시달리는 택시기사들

하루 15시간 일해도 월 100만원 힘들어

일부 기사들, 낮엔 택시 밤엔 대리운전

“택시법 조속 처리, 정부 차원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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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최연섭(51)씨
“‘택시법’이 택시업계와 버스업계 간 ‘밥그릇 싸움’이나, 이권다툼인 것처럼 시민들이 오해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택시기사 최연섭(51)씨는 최근 갈등이 불거진 이른바 ‘택시법’ 얘기가 나오자마자 분통을 터뜨렸다.

존폐위기에 놓인 택시업계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택시법 같은 법안을 마련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인데 이를 마치 버스업계의 이득을 빼앗아가는 것으로 왜곡돼 알려졌다는 것이다.

“만약 법안이 통과됐어도 시행하려면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현재 버스업체 지원 예산으로 책정된 돈을 택시업계에서 빼앗아 간다느니 하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그는 항변했다.

11년째 택시를 몰고 있다는 최씨는 오후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15~16시간을 일하는데도 영 돈벌이가 시원찮다고 한다.

그는 “11년 전 택시를 처음 운전할 때만 해도 한 달에 200만원 이상 벌었는데 요새는 100만원 벌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택시 증차 허가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다 보니 거리에 택시가 넘쳐났고, 대리운전 회사들이 생기면서 택시기사들의 수익은 더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택시기사 중 낮에는 택시를 운전하고, 밤에는 대리운전 알바를 뛰는 ‘투잡족’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일을 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이 없는지 물으니, “그 말을 다 하자면 책을 2~3권은 쓰겠다”고 농담삼아 얘기했다.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이 식사를 불규칙적으로 하니 위장병을 앓고 있고 주야간 근무가 수시로 바뀌어 만성피로에 허덕이는데다, 밤에는 취객을 상대로 하다 보니 곤란을 겪을 때도 많단다.

심지어 가끔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가거나,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보다 더욱 힘들고 화가 나는 건 택시기사를 ‘천한 직업’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편견이나 사회 풍토라고 했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딸이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해 그나마 자식 학비 걱정은 덜었다는 최씨는 택시를 운전하는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딸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택시업계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해 놓고도 번번히 약속을 어기는 정치인들에게 단단히 화가나 있다”는 최씨는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택시 기사들도 먹고 살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는 절박한 심경을 전했다.

“우리 딸에게 당당한 아버지, 주변 사람들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박봉에 시달리며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 내가 일한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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