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의 세계관
김지하의 세계관
  • 승인 2012.12.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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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 大記者
김지하는 대체적으로 ‘저항시인’ 또는 ‘민중시인’으로만 불린다. 그가 처절하게 저항의 깃발을 든 것은 4·19혁명 때 비롯되었지만 그 시절은 서울대 미학과 2학년으로서 크게 두각을 나타낼 처지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사상계지에 ‘오적’이 발표되고 이를 신민당 당보 민주전선에서 전재하면서 저항시인으로서의 모습이 드러났다. 국회의원, 장차관, 장성 등 다섯 오적을 난도질한 김지하의 오적을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김지하는 이로 인하여 즉각 구속되었으며 사상계는 폐간을 면치 못했다. 편집인 등 오적을 게재한 언론인 등이 무더기 형사 입건되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김지하는 감옥에 처박혀서도 전병용, 김성열 등 교도관의 도움을 받아 양심선언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고, 이를 일본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통에 곱징역을 살게 되었다. 그는 교도소에 갇힌 채 세계가 주목하는 저항시인의 명성을 얻었다. 선천적으로 저항기질은 타고났지만 평범할 수 있었던 한 사람의 시인이 공전절후의 큰 탄압을 받고 학생운동의 배후 조종자로 둔갑하며 사형선고를 받는 등 반체제의 상징인물이 되었다. 그랬던 김지하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지지’를 선언했다.

그가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것은 경천동지할 사건이다. 가장 탄압받은 사람이 오히려 탄압의 주역(?)을 지지한다는 것은 범인(凡人)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의 말마따나 박근혜를 알지도 못하고 만나본 일도 없다. 그런데도 박을 지지하는 것은 그가 발표한 ‘한류 르네상스, 우리와 다섯 나라의 세계적 네오 르네상스-힐링’이라는 글에서 얼개를 엮을 수 있다. 김지하는 이 글을 통하여 자신의 모든 세계관을 밝혔다. 그는 ‘우리와 일본,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아메리카라는 다섯 나라의 세계적 네오 르네상스 운동을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우리 민족의 신명과 한을 ‘시김’으로 극대화했음을 갈파하고 있다. 노래와 춤을 문화를 통해 반란 가능성으로 승화시켰다. 오늘날 전 세계를 들뜨게하고 있는 K-Pop과 일본에서의 욘사마, 그리고 미국을 정복한 싸이의 말춤을 시김으로 본다. 그가 지어낸 시김은 발효를 뜻한다. 된장과 청국장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발효음식은 시간이 흘러야 제 맛을 낸다.

그는 10년 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를 통해서 젊은이들이 신명을 살려 뜀뛰기하면서 한(恨)까지 흔들며 춤추기 시작한 것을 시김의 시작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체험적으로 문화적으로 가르쳐주는 영롱한 한민족 이른바 성배(聖杯)의 민족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한민족이라고 깨달아야 함을 강하게 얘기한다. 이 민족의 시김을 누구나 다 아는 남도소리, 판소리, 탈춤, 육자배기, 무가(巫歌), 허드랫소리와 불교 및 무속문화를 중심으로 하거니와 근원을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로부터 시작한다고 송흥록을 빗대어 말한다.

김지하는 일본 교토대 철학교수 쓰루미 준스케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본의 진정한 해방은 여성의 문화혁명이다. 일본여성은 한국문화가 자기의 숨은 주체임을 깨달을 때 일어선다. 그날이 곧 올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여성문화권력이 일어서는 날, 그날 곧이어 일본여성이, 그리고 그에 뒤따라 미국의 티파티 즉 ‘힐러리 그룹’이 일어서 새 세계가 오리라고 믿는다.”고 갈파하고 있다. 김지하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정수가 이 한마다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어떤 정치적인 이쪽저쪽이 아니라 인류문명사의 전혀 새로운 어떤 물결’, 즉 ‘새로운 새 하늘’이라는 뜻을 강력하게 표현한 것이다. 네오 르네상스의 진면목이다.

우리의 한류가 태평양에서 새 문명, 새 우주, 새 세계, 새 이념, 새 생활. 그렇다. 새 생명 새로운 우주 생명학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시김이다. 백범 김구가 해방 직후 ‘우리 민족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힘은 단 하나 ‘문화력’이다.’라고 한 그 문화력이 다섯 나라의 핵심인 시김이며 바로 ‘힐링’이라고 결론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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