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만나야 할 사람들을 챙긴다
사람 앞에 서서
말을 잃어버렸다
가슴의 말을 잃어버렸다
눈웃음치는 탈하나 얼굴에 얹고
그의 표정 따라 내 말도 흘러가고
늦은 밤, 소주 한 잔 걸치고
대문 앞에 서면
전등불 속 환히 드러난
텅 빈 껍데기 허수아비 하나.
▷▶경북 청송출생, 문학박사, 1984년 분단시대로 작품활동시작, 현)대구작가회의 회장, 평론집:작가의식과 현실 외 2권, 시집:어둠의 축복 외 3권.
<해설> 어쩌면 우리는 허수아비 하나 가슴속에 숨기고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대 위의 피에로처럼 눈물을 감추고 실없는 웃음으로 살아가는 광대 같은 삶이 아닐까? 언제나 튼실한 행복을 꿈꾸어보지만 막상 우리 곁에는 사그랑이 같은 행복만 동그마니 앉아있다. 슬픈 일이다. 그래도 빈 가슴 열어놓고 소주 한잔 걸치며 조그마한 행복으로 다가오는 세상이 있어 좋다.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