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양심’
‘정직과 양심’
  • 승인 2013.01.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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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사님이 뉴질랜드 방문길에 바다낚시를 하게 되었다. 초장까지 준비하고 작은 배에 올라탔는데 바닥엔 온통 빈 맥주캔이 널려 있었다. 선장에 대한 첫인상이 좋을 리 없었다. 일단 시작된 낚시에 첫 입질이 목사님의 낚시대에서 감지되었다. 힘차게 끌어올렸더니 강성돔. 무려 27.5cm. 그런데 선장은 곧장 물고기를 바다로 돌려보냈다. 왜 그러냐고 따지자, 선장은 뉴질랜드 낚시규정에 28cm 미만은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충 넘어가도 될 정도의 차이였다. 불과 0.5cm가 부족했던 것이다.

다음에 또 입질이 왔다. 이번에도 자로 재던 선장은 27cm임을 확인하고 또 물에 놓아주었다. 정직이란 이런 것이다. 바다 한 가운데서 돈 받고 배를 몰아주는 사람이 이런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예전에 원자력업계 선배 한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 분은 늘 양심적으로 일을 하라고 가르치셨다. 그분이 주장하는 양심이란, 원자력에서 일을 한다면 단순히 규정만 준수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다소 불편하더라도, 그리고 규정 내에 있다 치더라도, 더 좋은 방안이 있고 그것을 알았다면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양심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요즘 원전에서 불거지는 여러 문제점을 보면서 위의 정직과 양심이라는 두 단어가 머리를 맴돈다. 약간의 융통성을 부린다든지, 규정에만 만족하면 된다든지 하는 식의 마인드는 이제 버려야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규칙을 준수하고, 또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편하게만 일을 처리할 것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워도 더 나은 방법을 발굴하고 실천하는 자세를 겸비해야 하겠다.

원전 종사자들은 지금까지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는 정직과 양심으로 재무장해야 하겠다.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도 원전 종사자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무너져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원전 종사자들의 몫이다. 비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지는 것처럼 비록 어려운 시기이지만 환골탈퇴의 노력으로 신뢰를 회복한다면, 국민들은 원전의 계속운전이나 원전 수출 소식에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

허재열(한수원 월성교육훈련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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