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제작 시스템 극복…한국 영화 힘 과시”
“낯선 제작 시스템 극복…한국 영화 힘 과시”
  • 승인 2013.01.15 14: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지운 감독, 한국 최초 할리우드 연출

슈워제네거 복귀작 ‘라스트 스탠드’ 18일 美 개봉

파워풀한 액션에 인간적인 면모 자연스럽게 담아
/news/photo/first/201301/img_86768_1.jpg"1/news/photo/first/201301/img_86768_1.jpg"
한국 영화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14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 런던 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스크린 복귀작 ‘라스트 스탠드’는 18일 미국에서 개봉한다. 영화에서 FBI 요원으로 출연한 배우 다니엘 헤니도 기자 회견에 동석했다.
“한국 영화 연출의 강점이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한국 영화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49) 감독은 한국과 미국의 영화 제작 방식이 많이 달라 힘들었지만 한국적인 색깔을 입혔다고 자부했다. 김 감독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마치고 영화계로 돌아온 액션 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복귀작인 ‘라스트 스탠드’를 연출했다. 은퇴를 앞둔 늙은 시골 보안관과 마약왕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봉한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 등 다양한 개봉 행사 참가를 위해 미국에 온 김 감독은 14일 할리우드 런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다음은 김 감독과 일문일답.

-한국 감독으로서 처음 할리우드 영화를 연출한 소감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다. 할리우드는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이다. 한국 영화감독이 할리우드 영화를 찍었다는 건 한국 축구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것, 또는 한국 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 것과 같다.

기쁘고 영광스럽다. 한편으로는 더 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책임감도 느낀다.

-슈워제네거와 호흡은 어땠나.

△할리우드 톱배우다웠다. 여러 유형의 감독들과 작업을 했던 터라 감독이 원하는 게 뭔지, 감독이 주문한 게 영화의 목표에 부합하는지 금방 파악하더라.

처음에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에 적응을 못 해 작업이 늦어졌다. 그래서 제작사 쪽에서 속도를 높이라고 재촉하자 슈워제네거는 “감독은 아티스트다. 충분한 시간을 주라”고 했다. 덕분에 흐트러질 수 있었던 페이스를 가다듬을 수 있었다.

사실 본인도 모처럼 영화판에 돌아와 불안한 시기였는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한국의 감독을 믿고 따라주고 성원해주고 지지해줬다.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는 할리우드 시스템이란 어떤 것인가.

△한국에선 감독이 제왕적 지위다.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라서 결정을 내리면 빠르게 스태프에게 전달되고 시행된다.

할리우드에서는 권한이 수평적이다. 내가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많은 스타일이다. 그런데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면 모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내 생각에 대한 피드백이 오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국에선 조감독이 감독 편인데 여긴 아니더라. 감독이 한국에서보다 더 외로운 자리였다.

그래도 아이디어와 생각을 검증하고 공유하는 방식에서 다른 각도로 보는 계기가 됐다. 감독으로서 어떤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됐다.

-한국 영화 제작 노하우가 도움이 됐나.

△한국 영화의 강점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촬영감독과 음악감독, 그리고 현장 편집 스태프와 함께 왔다.

특히 현장 편집이라는 개념은 여기서는 굉장히 생소했다.

한국 사람들의 손재주와 작업 속도에 다들 경악했다.

고참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는 촬영 직후 바로 편집된 화면을 보고 “이건 미친 거 아니냐”며 다음에 영화 찍을 때 현장 편집자를 스카우트해야겠다고 하더라.

음악도 현장에서 아주 호평받았다. 한국 영화의 힘, 자원, 능력을 과시한 기회였다고 본다.

배우 역시 한국 배우를 꼭 쓰고 싶어서 꽤 비중 있는 조연, FBI 요원으로 다니엘 헤니를 기용했다.

-제작비는 모자라지 않았나.

△처음에는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큰돈이라고 여겼지만 워낙 스케일이 크다 보니 큰돈이 아니더라…왜들 그렇게 많이 먹는지.(웃음)

그런데 제작비보다는 회차에 대한 부담이 컸다.

한국이라면 이 정도 영화면 100회는 촬영해야 하는데 57회만에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더라.

여긴 미리 정해놓고 약속해놓지 않은 일을 현장에서 즉석에서 할 수 없는 구조 아닌가. 시간 아끼는 방법, 주연 배우 안 와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터득했다.

-그런 짜인 시스템이라면 감독의 색깔을 반영할 수 있었나.

△방법이 있더라. 약속된 걸 먼저 찍고…그리고 내 생각대로 찍었다.

그걸 좀 늦게 터득해서 처음엔 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결국 내 생각대로 됐다고 본다.

좀 더 빨리 터득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연출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이 영화는 슈워제네거의 복귀작이다. ‘터미네이터’로 대표되는 무적의 액션 스타 아닌가. 다들 강력한 액션을 기대했을 것이다. 기대대로 파워풀한 액션에 중점을 뒀지만 인간적인 면모, 자연스럽게 나이 든 액션 스타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놈놈놈’의 액션과 비교하자면 ‘놈놈놈’은 욕망을 향해 미친 듯 달려가는 남자들의 질주를 그린 것이지만 이번은 뭔가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라서 액션의 디자인을 더 강하게 그렸다.

또 미국 관객 대상이지만 뭔가 독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감수성 자체가 여기와 다르니까 알게 모르게 반영되지 않았겠나.

-미국 감독 연출 영화와 뭐가 달랐으면 하는가.

△김지운이라는 감독의 영화적인 개성을 맛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천편일률적인 액션이 아니라 신선하고 익살과 유머가 강도 높은 액션과 엮어져 나가는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완전하게 내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내 개성을 엿보고 할리우드의 다른 감독에게서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낀다면 좋겠다.

-흥행은 어느 정도 기대하나.

△그건 제 몫이 아니라서 뭐라 말 못한다. 흥행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으니 흥행이 되면 더 좋겠다.

젊은 영화학도들이 내게 “우리의 역할 모델”이라고 말한다. 영화를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할리우드가 벽이 아니고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준다면 그게 큰 의미가 될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연출 제안을 받은 게 있나.

△있긴 하다. 아직 계약서에 사인 한 게 아니라서 말할 순 없지만 사이파이(공상과학) 액션이나 사이파이 누아르 하고 싶었는데 마침 얘기가 되고 있다. 지능적인 액션물 한편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가는 중이다. 곧 본격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

연합뉴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