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와 행정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와 행정
  • 승인 2013.01.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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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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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학생들에게 행정학을 강의해 온 노교수의 말이다. 어느 날 부인이 “대통령은 정치가인가 행정가인가”라고 묻는 말에 얼른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헌법상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이므로 대통령이 행정가라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조직과 청와대를 대폭적으로 손질하고 대 내·외적으로 권한을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과연 대통령이 행정가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삼권분립의 원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국회는 법률을 제·개정하고 중요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기구이며 행정부는 법률을 집행하고 사법부는 법 집행의 위반 여부를 다루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국가가 이러한 단순 논리에 묶여있으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현대행정의 복잡 다양화는 입법과 사법기능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행정이 담당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특히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법률이 행정에 부여한 위임입법의 범위와 폭도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국가의 기능이 행정 중심주의로 치닫고 있다.

현대국가를 행정국가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은 정치가이면서 행정가라고 보면 된다. 국가 원수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기능이 정치와 관련되지 않는 것은 없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행정체제 변화 시도와 대선 전 내 세운 공약 등을 종합해 보면 한국의 정치·행정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정부조직과 청와대를 슬림화해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발상은 역대 여느 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이지만 우려되는 것은 당선인의 생각이 현실과 부합될는지의 문제다.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 박 당선인의 정치 브랜드가 ‘신뢰와 믿음’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금의 정치 분위기에서 박 당선인이 내 건 모든 공약과 새누리당의 정책이 다를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취임일을 한 달여 가까이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과 국회, 특히 여당의 정책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한 예를 보자. 박 당선인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빈부에 관계없이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국민 공약을 했다. 항간에서는 ‘“이건희 삼성회장도 20만원을 받겠네”라는 말까지 회자했다. 0~5세 영·유아 모두에게 무상보육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노인들에게도 그런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들 기대가 컸다.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한 노인들로서는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기초연금제에서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의 공약과 아주 다른 안을 내 놓고 있다. 즉 국민연금을 받지 않던 노인은 월 20만원을 받지만 현재 월 10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기초연금으로 20만원, 소득비례연금으로 80만원을 받아 전체적으로 받는 국민연금액수는 100만원으로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특수 직역 연금을 받는 노인은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한 사람들로 보고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했다. 인수위에서 기초연금제에 대한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선인이 노인들에게 한 약속이 어떻게 귀결될지 두고 볼 일이다. 새누리당의 의견대로 방안이 정해진다면 박 당선인의 말을 믿고 있던 노인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되고 재원 마련 등 입장이 난처해지니까 새누리당의 결정에 어물쩍 넘어간다는 핀잔을 받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당선자는 “복지재원을 걱정하는 여론에 구애받음 없이 공약대로 시행하겠다”는 점을 재 강조했지만 반신반의하는 국민들도 없지 않다.

지금 국민들은 그 어느 때 보다 복지에 대한 열망이 높다. 보편적복지가 대세지만 뜻있는 국민들은 박 당선인이 주장하고 있는 맞춤형복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정 어렵다면 박 당선인은 국민들에게 실상을 그대로 말하고 선거전에 한 공약을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박 당선인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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