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밑그림
  • 승인 2013.01.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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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자 시인

감나무는 기대어 살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기대는 힘이 강해질 때마다

꽃이 총총 핀다

풋감은 햇빛을 빨아 당겨

제 몸에 황금색 물을 들인다

가을이 홍시를 파먹자

홍시는 터지며 나무속으로 들어가

떡갈나무 기둥하나

떠받치지 않아도

밑그림을 둥글게 그린다

속결이 부드러운 나이테

사립문 사이로 햇살이 드나들 때

돌담장에

감나무가 걸터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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