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문학이라는 이름
<좋은시를 찾아서> 문학이라는 이름
  • 승인 2009.04.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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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물론 나도 문제가 많은 어른이다 거지같은 것들을
사랑한 게 애초에 잘못이다 잡년 같은 하루가 간다

끝나고 또 계속되는 나 아아 계속되는 계속되는
시간 속에 묻어버린 시계가 글씨들이 치욕들이
활개를 치며 일어난다

만일 내가 안경을 쓰지 않고 가방을 들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고 학생들을(학생들 가운덴
주부들도 있고 주부들 가운덴 착한 주부, 마음씨
고운 주부, 악한 주부, 헐뜯는 주부도 있다)
가르치지 않고 그들에게 욕을 먹지 않고 피곤하지
않고 기차처럼 누워 있었다면 욕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커피도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문제가
많다 그러나 피난은 안 간다 오욕을 먹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않습니까? 나의 삶
나의 삶 오 우리들의 삶!

▷강원 춘천 출생.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63년『현대문학』추천을 통해 등단.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수상. 시집으로「사물 A」(1969)「당신의 초상」「당신의 방」「너라는 환상」「길은 없어도 행복하다」「밝은 방」「너라는 햇빛」(2000) 등이 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인문대 국문과 교수.

어두운 내면의 세계를 전개하는 이승훈의 시는 특히 대상이 뚜렷하지 않은 소위 비대상시(非對象詩), 실존의 어지러운 현기, 현대인의 불안과 절망을 섬뜩하게 노래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시에서 이승훈 시의 이질적인 문맥화를 엿보게 된다. 그 예로 이 시에서의 첫 행이나 둘째 행의 비유는 매우 엉뚱하다. `나’와 `거지같은 것들’과 `잡년 같은 하루’가 그런 예라 하겠다. 그런 속에서도
휴머니즘이 내재하고 있음에 우리는 주목하게 된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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