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옹이 지리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60년대 중반.
지리산산악회 부회장으로 지리산을 오르내리던 함옹은 당시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험한 산자락에 등산객들이 잠시 쉴 수 있는 대피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정부 당국에 대피소 설치를 건의했다.
1971년 지리산에 처음으로 노고단 대피소가 설치되자 함옹은 1972년 초대 노고단 대피소 관리인으로 ‘지리산 지킴이’의 첫발을 내디뎠다.
198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생기면서 피아골 대피소 관리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피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행동거지가 바르지 못한 일부 등산객들은 나이 지긋한 함옹의 호령에 혼쭐났다. 그래서 붙은 별명은 ‘지리산 호랑이’.
구례 출신인 함옹은 지리산에 입산하기 전에 인천에서 생활했고, 아내는 3년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 둘은 인천에서 살고 있고, 딸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수녀로 있다.
함옹은 22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가 마련해준 ‘은퇴식’을 마지막으로 대피소 관리인 자리를 떠났다.
대피소 관리인은 그만두지만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측의 배려로 피아골 등지에서 해설사로서 새 삶을 살게 됐다.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 박용규 소장은 “함태식 선생님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리산국립공원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함옹은 “지리산에 관심을 둔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며 “또 다른 업무를 맡았으니까 지리산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