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情 나눌 수 있는 지금 감사”
“작은 情 나눌 수 있는 지금 감사”
  • 김지홍
  • 승인 2013.01.2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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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人> 이색 헌혈증 나누기 이태원씨

서랍속 방치된 헌혈증서 보고 시작, 3년간 800여장과 돼지 14마리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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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씨 가게에는 ‘헌혈증 가져오시면 고기를 드립니다’라는 플랜카드가 2009년부터 걸려 있다. 이 씨는 “헌혈증서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영업에 손해를 입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헌혈증서가 늘어날 때마다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헌혈증 가져오시면 고기 드립니다.’

대구시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입구 쪽에 있는 한 식육점, 이 식육점에는 지난 2009년부터 이색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이 플래카드가 걸린 식당은 새댁식육점이다. 이 식육점의 사장 이태원(49)씨. 그는 헌혈증 한장을 가져오면 돼지고기 600g을 무료로 교환해주는 이색 ‘헌혈증 사랑 나누기’운동으로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각종 언론에서 수십번 소개된 이 씨의 봉사활동, 그가 돼지고기를 나눠주며 매년 모은 헌혈증은 동구자원봉사센터로 전달,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우연히 집에서 책상서랍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자신의 헌혈증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방치하고 있을 헌혈증을 생각하며 이러한 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3여년 간 모은 헌혈증서는 모두 800여장. 헌혈증서와 맞바꾼 돼지고기의 양은 14마리 정도다.

이 씨는 “헌혈증서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영업에 손해를 입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헌혈증서가 늘어날 때마다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 외에도 자원봉사자 마일리지 통장을 가져오면 10% 할인, 부모님께 고기 갖다드린다면 20% 할인된 가격으로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사랑의 열매가 선정한 ‘착한 가게’에 뽑히기도 했다.

정육점에 고기를 사러온 손님들은 “여기 사장님은 너무 대단하신 분”이라며 “사장님이 아프면 주변 이웃들이 감기약을 사다줄 정도”라고 칭찬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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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씨는 지난해 동구자원봉사대회에서 동구 자원봉사자로 선정돼 트로피를 수상했다.
평소에도 이 씨는 영업시간 틈틈이 시간을 쪼개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6년 동안 이웃의 불우한 아이들 5명에게 정기적으로 매월 10만원 상당의 급식 후원을 한 것을 시작으로, 신암1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차상위계층 조손가정 1대1 후원자 결연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연결을 주선하는 등 이웃돕기에 두발을 벗고 나섰다.

덕분에 기업인 3명이 이웃 초등학생 5명에게 고교 졸업시까지 매월 10만원씩, 1년에 120만원 후원금과 백미 40kg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동네 행사에 선행을 베풀기로도 유명하다.

매년 정월대보름과 초복 즈음해 인근의 경로당 5개에 돼지불고기 10kg과 소주 1박스를 전달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후원했다. 벌써 10년째다.

또 지난 2005년부터 연초 해맞이에 마을 청년 16명과 함께 동구 신암공원에서 해맞이 행사를 보러온 인근 주민 400여명에게 직접 어묵탕을 준비해 나눴다.

2007년부터 3년 동안 3개월에 한번씩 노인정이나 노숙자 무료 급식 등에 필요한 국거리용 소고기 10근을 무상으로 지원했는가 하면 2009년에는 신암1동적십자봉사회를 직접 결성해 기초생활보장 어르신 170여명에게 10차례에 걸쳐 국수를 대접했다.

이 씨는 평화시장 상인회 회장과 총무를 역임하면서 2007년 평화시장 화재 발생시 어렵고 곤란한 상태에 빠진 상인들에게 매일 커피, 라면, 밥 등을 1년여 동안 무료로 공급했다. 또 구청 각 부서의 공무원들을 상대로 화재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해 빠른 시일 화재피해가 해결되도록 돕기도 했다.

이 씨는 이 같은 봉사를 시작하게 된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김천 옥계리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이 씨의 집은 보따리장수가 묵어가던 곳이었다. 너무 가난한 살림살이 임에도 보따리장수가 올라오면 항상 따뜻한 밥과 아랫목을 내줬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작은 정이라도 나눌 수 있는 지금이 너무 감사하다”며 연신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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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일에 성화봉송 주자로 뛰었다. 이태원씨는 첫번째줄 맨 오른쪽.
이 씨는 매년 5월 실시하는 경로잔치 행사 때 잔치비용이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쌈지돈이라고 강조해가며 인근에 있는 가게를 이용해달라는 당부를 각 조직과 단체 회원들에게 하고 다녔다. “자연스럽게 자금이 순환돼 지속적으로 경로잔치행사 비용도 잘 모이게 될 것”이라는 그의 호소는 경기부양 효과를 일으켜 주변 상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

이 씨의 자원봉사 활동은 이웃 돕기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구청소속 환경 감시단에 가입 후 환경지킴이로써 주민들에게 자연보호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는 고기를 사러온 손님들에게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하나씩 끼워주는 작은 실천에서 부터 시작됐다. 이어 일제청소, 자체 국토대청소 운동, 쌈지공원과 가로변 꽃심기 및 물주기, 1단체 1책임 구역 청소활동, 골목길 대청소 봉사단 활동, 공산댐 주변 청소는 물론 안심습지에서 철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까지 그의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지난 2008년부터 동부소방서 소속 의용소방대원을 맡아 온 그는 팔공산, 칠곡의 산불 진화에 수차례 참여하면서 산불 정리, 캠페인 등 소방대원 보조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재는 소방서의용소방대 부장을 맡고, 방범 예방 등 동부경찰서 시민명예경찰 회장까지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또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갓바위 산행길의 안전을 위해 청소는 기본이고, 얼음을 부수고 깨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씨는 “선행을 ‘하다보니’ 멋진 직책을 많이 맡았다”며 오히려 겸손해 한다. 그는 방위협의회, 새마을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경력을 거쳐 2009년 7월 신암1동 제15통장에 위촉됐다.

통장으로써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매일 주민센터에 들러 통장 공문함 안의 각종 서류와 행정시책 사항을 수령해 주민들에게 배부하면서 서로 소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4년 임기로 신암새마을금고 최연소 이사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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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왼쪽)씨는 2011년 3월 18일 생명나눔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념촬영했다.
이 씨의 열성적인 봉사활동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2007년 대구지방경찰청장 감사장, 2010년 3월 보건복지부 장관상 표창장, 2011년 2월 생명나눔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수상했다.

자원봉사활동에 매진하다보면 한 가족의 남편, 1남2녀를 둔 아빠로서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가족 모두가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인 정태희(49)씨는 30년간 취미로 배워 온 기타솜씨를 발휘, 지인들과 그룹을 결성해 음악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가족과 함께 중증장애인 봉사 활동을 해 온 장녀 지은(22)양은 천안 나사렛대학 인간재활학과에 진학해 장애인을 돕기 위한 공부를 하며, 얼마 전 네팔 자원봉사 활동도 다녀왔다.

둘째 딸인 수연(17·경명여고)양도 지난해 모 장애인 단체가 주관한 글짓기 대회에서 대구시교육감상을 받는 등 가족 전체가 따뜻한 봉사 동아리다.

이 씨의 이색 봉사활동은 단순히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이 씨가 바라는 따뜻한 세상은 이미 그의 마음을 전해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주고 있을 것이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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