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콜라보를 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콜라보를 하고 있습니까?
  • 승인 2013.02.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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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원 경일대학교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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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의 대중문화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단연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아닐까 한다. 유튜브 조회 건 수가 13억 뷰를 돌파했으며 음원이 빌보드 차트 2위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언론보도에는 북한에서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가정에서 남모르게 DVD로 시청하는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강남스타일’을 외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적인 문화트렌드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음악이 ‘강남스타일’의 뒤를 이을까? ‘포스트 강남스타일’을 굳이 대중가요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문화콘텐츠는 영화, 드라마, 음반, 뮤지컬,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나올 수 있다. 대중가요와 드라마는 아이돌 스타와 한류 열풍을 통해 이미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화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화 또한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배우,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으며 뮤지컬은 ‘명성황후’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이미 인정받은 바 있다.

문학부문은 어떠한가. 벌써 몇 차례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 고은 씨의 사례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에서 보듯이 가능성을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은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포스트 강남스타일’의 주인공이 누가될 지 점치기는 어렵지만 ‘2013년은 콜라보(Collabo)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해 본다. ‘콜라보’는 ‘CO+labor’, 즉 함께 일한다는 의미로 ‘Collaboration(협업·공동작업)’로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예술계에서는 ‘콜라보 작업’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될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대중문화와 패션, 화장품, 가전제품 등 상업용 제품에까지 옮겨 가고 있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싸이와 세계적 래퍼인 MC해머가 뉴욕에서 펼친 합동공연을 콜라보공연이라고 부른다. 사실주의 작가인 원종신 화백은 아이돌 가수 ‘카라’를 모델로 사진과 회화기법이 공존하는 믹스미디어 방식의 콜라보작업인 ‘아트포스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뷰티업계와 글로벌스타가 협업해 새로운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미 일반화 되어 있는 사례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콜라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표현만 달랐을 뿐 이미 예전부터 문화예술분야의 협동공연·작업은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다른 가수의 노래에 랩이나 후렴구를 넣어주는 ‘피처링’, 사물놀이와 교향악단의 합동연주, 발레리나와 비보이의 군무,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만남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도 최근 들어 ‘콜라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갈수록 높아지는 수요자(또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시도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콘텐츠를 탈피하고 예술과 예술이 만나 전혀 새로운 형태의 예술장르를 만들어 내거나 아티스트와 아티스트가 만나 예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 이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콜라보’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콜라보’는 문화예술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어 사회트렌드로 까지 발전하고 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도 화려한 스펙이나 풍부한 전공지식 보다는 조직 내에서 융화·협동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가를 나타내는 퍼지사고력을 중시하는 추세이다. 흑백논리에 갇히기보다 도전과 모험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인재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대학의 교육모델도 변화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은 올해 교육목표와 대학모토를 ‘교육, 그 이상의 가치 2013 Kollabo’로 명명했다. 대학 네트워크 내에서 교수, 학생, 기업이 활발한 콜라보를 통해 정형화된 교육 이상의 가치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혹자는 ‘콜라보’를 언어의 유희에 다름 아니라고도 하고 일본식 표현이라거나 프랑스어의 기원에 의거해 ‘(나치에 대한)협력자, 내통자’라는 부정적 의미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문화흐름의 대세를 간과한 편협한 사고일 뿐이다. ‘콜라보’는 소수 예술인들의 시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중문화 전반과 우리사회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 깊숙이 녹아든 거스를 수 없는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다. ‘나’만이 선하고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다름’을 인정하고 ‘우리’가 서로의 장점을 칭찬하면서 ‘소통·협력’할 때 공유할 수 있는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당신은 콜라보(Collabo)를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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