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전복을 먹지 않으리(1) -유척기 선생의 선비 정신
내 평생 전복을 먹지 않으리(1) -유척기 선생의 선비 정신
  • 승인 2013.02.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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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 박사
대구 다사에서 경북 성주로 가는 고개를 넘으면 다사정수장 맞은 편 길가 모퉁이에 비석 세 기(基)가 서 있는데 그 중에서 오른쪽 비석이 바로 조선 후기 영조조(英祖朝)의 명상(名相) 유척기(兪拓基, 1691~1767) 선생을 기리는 비석이다.

유척기 선생 공덕비는 이밖에도 경북대학교 야외박물관, 경상감영공원 등에서도 볼 수 있다.

그것은 선생이 이곳 대구에서 경상도관찰사로 근무한 바 있는데 이때 쌓은 공적이 커서 후세 사람들이 세운 것으로 짐작된다.

선생의 아버지 유명악도 1713년(숙종 89년)부터 3년 간 대구판관을 지낸 바 있으니 부자(父子)가 함께 우리 대구에서 민생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에 있었다.

아버지 유명악 판관의 비석도 당시 관아가 있었던 화원읍 명곡리를 비롯하여 대구 전역에 흩어져 있는데, 경북대학교와 경상감영공원 등에는 아들 유척기 선생의 비석과 나란히 서있어 두 사람의 위치를 생각하게 한다.

유명악 판관은 가뭄의 피해를 막기 위해 수로(水路)를 낸 일, 기우제를 지낼 때 직접 제물이 되고자 장작더미 위에 올라간 일, 지금의 동아쇼핑 앞 언덕에 있던 초빙고(草氷庫)를 석빙고(石氷庫)로 개수할 때 민폐를 주지 않기 위해 국고 예산을 받아온 일 등으로 하여 당시 부민(府民)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이다.

이처럼 명판관이었던 아버지를 둔 아들 유척기는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유척기 또한 아버지 못지않았다.

그는 우선 공정하였다. 유척기 선생은 관아에서 필요한 인력은 공정하게 시험을 치러서 등용시켰다. 그리하여 지방 토호들이 연줄이나 재물을 이용하여 자기 집안사람들을 관가로 내어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이권에 개입하는 폐단을 사전에 막아버렸다. 그는 훌륭한 목민관(牧民官)의 가장 큰 조건으로 공정함을 내세웠던 것이다.

둘째, 효도와 배려를 강조하였다. 이는 유척기 선생이 부임 기념으로 연 백일장의 시제(詩題)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평생불식복어회(平生不食鰒魚膾)’라는 시제를 내걸었던 것이다.

어떻게 ‘내 평생 복어회를 먹지 않겠다.’라는 특이한 시제를 내었을까 하는 점이 궁금하다. 그것은 선생이 ‘복정(鰒井) 일화’에서 효도의 방법과 삶의 태도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복정은 모은(茅隱) 이오(李午) 선생 집안의 우물로서 지금의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茅谷里)에 있다. 모은 선생은 고려조의 충절로서 이곳에 은거하였는데, 선생의 현손으로 이경성(李景成)이라는 분이 있었다.

이경성은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에게 나아가 학문을 익혔는데 남명 선생이 ‘그대는 어찌하여 더 벼슬을 하지 않는가?’라고 하니 ‘재주도 부족하지만 노모를 봉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하니, 남명 선생이 그를 가리켜 ‘양지지효(養志之孝)’라고 칭찬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또한 이경성의 부인 여주 이씨(驪州 李氏) 또한 이름난 효부여서 시어머니 봉양에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 시어머니가 병중에 전복이 먹고 싶다고 하자, 깊은 산중이었지만 귀한 전복을 구하고자 인근 장터 등을 백방으로 헤매었다. 도저히 구할 수 없자 다음 날 바닷가로 떠나리라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와 우물에서 물을 길었는데 두레박 속에서 전복이 나왔던 것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이 씨에게도 같이 먹기를 권하였다. 그러나 이 씨는 시어머니에게도 그 양이 부족하리라 여기고 일부러 먹을 줄 모른다고 대답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우물이 복정이라 불리게 된 것이었다.

유척기 선생이 이 복정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선 관리가 되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선행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한다. 만약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또한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만큼 평소의 행실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척기 선생은 마음 씀씀이가 이렇게 자상하고 넓었다. 뿐만 아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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