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층 계모임 유행
20~30대 젊은층 계모임 유행
  • 강성규
  • 승인 2013.02.20 17: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십시일반 모아 경조사비·여행·송년회 등에 이용…성형계·명품계도
취직한지 2년이 된 직장인 손정현(가명·31)씨는 1년 전부터 대학 때 동아리 활동을 하다 만난 친구 5명과 계모임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면서 크지는 않지만 십시일반 모은 곗돈으로 주변 지인들의 결혼식 등 경조사 때 쓰일 축의금 및 결혼자금에 보탠다.

지난해 여름 휴가철에서 맞춰서는 그동안 모은 곗돈으로 친구들과 피서도 갔다 왔고 연말 송년회도 성대하게 치뤘다.

손씨는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친목도모 형식으로 만난 친구들이지만 주변에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는 동기와 선배들이 한명씩 생기면서 지출액이 늘어나 고민 끝에 계모임으로 전환하게 됐다”고 했다.

우리나라만의 전통문화라고 할 수 있는 ‘계모임’이 20~30대 젊은 층 사이로 확산되고 있다.

계는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으며 친목도모까지 할 수 있는 등 일석이조의 우리나라 고유 ‘재테크’ 방식이다. 현대에 이르면서 계모임은 주로 40대 이상 주부들 위주로 많이 이뤄졌으며,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젊은 층에게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경기침체, 고용불안 등으로 목돈을 구하기 힘든 현 20~30대들은 계모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예전과 비교해 이 세대의 수입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지출은 그대로이거나 증가하고 있는데, 계모임이 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기존 계모임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아 계주나 계원이 ‘먹튀(먹고 튀다, 곗돈을 들고 잠적함)’를 해도 큰 타격이 없을뿐더러, 굳이 그만한 돈을 챙기고 달아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 부담도 적다.

갈수록 팽배해지는 개인주의로 인해 삭막해진 사회에 공동체문화를 복원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하다.

직장인 이진희(여·26)씨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계모임을 하고 있는데 예전 같으면 직장 일 등 바쁘다는 핑계로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 자주 만날 기회가 생겨서 좋다”며 “단순히 곗돈을 내고 모은다는 의미보다 이런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인 이슈나 논란이 되고 있는 이색적인 계모임들도 있다.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성형계’나 ‘명품계’가 대표적이다.

지역 A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는 N(여·28)씨는 “석사 수료 후 대기업에 지원하고 싶은데 취직 준비를 위해서 정장이나 가방 등 나를 좀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들을 갖고 싶었지만 현재 내 경제능력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주변에 보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지인들이 있어 함께 계모임을 꾸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