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이상규 교수팀“왜란때 탈취 당한 것”
경북대학교 이상규(60·전 국립국어원장)교수팀은 27일 오후 1시 30분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세종대왕 익선관 조사 1차 결과를 발표했다.
익선관 안쪽에는 훈민정음 해례 간송본이나 최근 공개된 상주본보다 앞서는 ‘훈민정음 제자해’ 활자본이 적혀 있어 연구팀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훈민정음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임진왜란 이전 왕실 유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왜란 당시 왜군에 의해 약탈된 왕가 유물의 정확한 소재 파악과 국내 송환을 촉구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 교수는 “이 유물은 임진왜란 때 왜적에 의해 탈취당한 유물 중 하나이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개인소장가가 일본 현지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익선관이 세종대왕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하단에 새겨진 용의 발톱이 4개인 ‘사조(四爪)’익선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재위26년인 1444년까지는 사조용의를 입다가 같은 해 3월 26일 명나라로부터 오조용복을 하사받은 뒤 오조 익선관을 쓰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유물이 진품으로 판명난다면 1444년 이전에 쓰던 익선관이라는 뜻이고, 안에 적힌 훈민정음도 1446년 간행된 ‘해례본’보다 2년 먼저 나온 것이 된다.
이 교수는 “내부에 적힌 훈민정음이 세종 28년(1446)에 간행된 원본 ‘훈민정음’ 제자해와 동일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익선관에까지 훈민정음을 적어놓은 세종의 한글 창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읽을 수 있어 훈민정음 창제를 재조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물 훼손 가능성 등으로 아직 익선관을 해체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해체 및 분석 등 세밀한 검증 작업을 거쳐 진품여부를 밝혀낼 것이며 소장자 및 문화재청 등과 협의를 통해 국가 기증 절차도 밟을 방침이다.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