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故 이의근 지사님을 생각한다
<대구논단> 故 이의근 지사님을 생각한다
  • 승인 2009.04.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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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4.21일 별세한 이의근 전 경북지사의 빈소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조문행렬이 줄을 이었다. 정치인, 관료, 종교인, 기업인, 농민 등 수 천명이 고인의 영전에 고개를 숙인 것은 그의 인품의 후덕함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 지사님이 돌아가신 후 사람들은 여러 말로 생전의 그를 칭송하고 있지만 2006년 `히말라야시다의 증언을 들으리라’라는 책을 냈을 때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쓴 추천사의 내용을 보면 그를 속 깊이 알 수 있다. “이의근 지사는 민선자치의 출발에서 지금까지 10여년을 한 결 같이 자치시대를 이끌어 온 전국에서 손꼽히는 행정의 달인이다.

그를 대할 때면 항상 잔잔한 미소가 마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리고 그는 역사 문화에서부터 종교철학에 이르기 까지 전문가 이상의 해박한 지식과 교양, 여기다 설득력 있는 화술까지 지니고 있어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즐겁게 해 준다.

갖가지 사정을 가진 참으로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사람으로서 타고난 재산이자 성품이라 할 것이다. 어쩌면 이의근 지사는 디지로그의 품성을 가장 조화롭게 만들어 가는 사람일지 모른다.

새마을운동을 인터넷으로 연결시키고 촌스런 경북이 과학기술상을 받은 것이나, 농심으로 농민을 대하는 탁월한 순발력이나, 장로와 스님의 만남을 엮어내는 조화, 그리고 여성과 장애인, 그들이 함께 엮어내는 하모니를 세상의 또 다른 절반으로 보는 식견 등은 참으로 디지로그의 비전이 없었다면 불가능 하였을 것이다. 그가 늘 강조하는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조화, 모든 것을 아우르고 엮어내는 거버넌스적 리더십을 그에게서 발견한다.

근 반세기 간의 공직생활에 그가 이룩한 많은 업적들이 있지만 그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요약해 본다. 민선과 관선지방자치단체로선 처음으로 국제기구인 동북아자치단체연합(NEAR)의 창설을 주도해 69개국 자치단체가 가입한 NEAR의 상설사무국을 경북 포항에 유치하였고 세계 최초의 문화박람회인 경주문화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지방외교의 성공 사례를 남겼다.

그 외 FTA기금 지원, 키 낮은 사과 원 보급, 농어촌진흥기금 조성 등 고품질· 친환경농업 육성을 통해 농업경쟁력을 향상시킨 점이 큰 치적으로 남는다. 그는 오로지 경북을 앞서가는 자치단체,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공인으로서 그에 대한 평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다. 필자는 평소 이의근 지사와 각별한 친분을 나눴다. 바쁜 일정에도 식사를 함께 하는 배려, 한국 지방자치발전에 관한 폭 넓은 대화, 나라를 걱정하는 여러 이야기 등 멋있는 화술로 필자를 감동시킨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관료냄새가 전혀 없는 인간적인 그와의 만남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늘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필자가 이 지사님을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관료로서의 남다른 도덕성과 청렴성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정치· 행정 풍토에서 어떻게 5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그토록 흠 없이 마감할 수 있었을까. 최 말단 공무원인 농촌의 서기보에서 출발, 직업공무원의 최고봉인 1급 관리관까지 올라간 것을 보면 그의 면면을 유추할 수 있지만 고인의 자기관리 철학이 늘 불가사의로만 여겨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 큰 일을 해야 할 분이 너무 일찍 세상을 등져 안타깝다”고 고인을 추모하였고 한 정치인은 “지역의 큰 별이 너무 빨리 져 빈자리를 어떻게 메워야 할지 남은 이들의 책임감이 너무 크다며 애도했다.

빈소를 찾은 문상객이나 그를 아는 모든 영남 인들은 나라를 위해 그가 더 큰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그래서 고인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것이다. 고인은 지사 재임 시 집무실에 앉아 창밖을 보면 도청 담장을 따라 푸른 하늘을 향해 올곧게 뻗고 있는 우람찬 히말라야시다를 보면서 공직자의 길을 열어갔다고 말하였다.

고인이 닮기를 좋아하던 히말라야시다가 풍부한 새잎을 내고 있을 즈음 그는 우리 곁을 떠나 먼 먼 하나님의 나라로 가셨다. 이의근 경북지사님, 지사님이 대구· 경북에 남긴 많은 족적들은 영원히 우리들의 가슴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편안히 영민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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