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너울 춤추며 살았다는 무학산
하지만 이제는 학 한 마리 살지 않는
내가 사는 아파트의 그저 그런 뒷산일 뿐이다
하지만 오늘도 그 오름에 오른다.
시나브로 떨어지는 갈잎을 바싹바싹 낙엽 밝으며 걸어가니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재빠르게 달아나는 청설모
깍깍 소리치는 까치 누군가가 친절하게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말재나무 감태나무
자귀나무 뽕나무 산초나무 쥐똥나무 등등에
명찰을 붙여놓아 새삼 나무이름 하나하나 아는 것도
재미가 솔솔 하다.
중턱에 오르니 체육시설 가는 길, 신천지아파트 가는 길,
골드파크 가는 길등 세 갈래 갈림길이 있었다.
오늘은 골드파크 길로 가보기로 했다.
그 길은 무학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니까
곧장 조금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니 바로 정상이었다.
가쁜 숨도 이마의 땀도 이 순간의 기쁨을 맛보기 위한 것인가 보다.
우뚝우뚝 솟아있는 초고층 아파트 너머
저녁 놀 붉게 물드는 사이로
푸드덕 꿩 한 마리 날아오른다.
▷▶필명:而 亭 1952년 대구産,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계명대학교 사서교육원 교수 역임. 現) 한국시민문학협회 감사.
<해설> 자연을 인간의 도구로 삼는 서양 사상이 도입된 후 어느 한 곳이 성한 곳이 없다. 원래의 주인은 간 곳이 없고 객이 주인이 되었다. 서구에서는 노장 사상에 열을 올린다는데. 그러나 한탄만 할 수는 없는 것, 바뀐 환경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시민의 자화상이 아닐까? 이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