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향기> 파계사 주지 법광 스님
<불교의 향기> 파계사 주지 법광 스님
  • 김덕룡
  • 승인 2009.05.04 09: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웃들에 물질보단 따뜻한 마음 나누자"
"소외된 사람들과 '기쁨.슬픔'을 함께해야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지는 것"
불기 2553년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후. 팔공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파계사(把溪寺) 경내에는 오색 연등(燃燈)이 내걸려 부처님의 자비를 온누리에 전하는 듯 했다.

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경내에 들어서니 주지 법광 스님이 반갑게 맞는다. <편집자註>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합니다. 이날을 어떤 뜻으로 맞아야 하겠습니까.

법광 스님 약력
△도원(道源)스님을 은사로 득도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법주사 강원 대교과 졸업
△1975년 파계사에서 사미계 수지
△1980년 통도사에서 구족계 수지
△조계종 원로회의 사무처장
△대한불교조계종 종앙종회의원, 호법분과위원장
△능인학원 감사(현)
△대구지방경찰청 경승실장(현)
△대구경승위원회 회장(현)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현)
△함께하는 세상 회장(현)
△동구 교육발전 장학재단 설립 준비위원
-부처란 말은 ‘깨달음’이란 의미와 일맥상통 합니다. 부처는 바로 ‘나’ 자신인 것이지요.
이를 두고 불가에서는 ‘즉심즉불(卽心卽佛)’이라 하지요. ‘중생의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나 마찬가지임’을 이르는 말입니다.
부처님은 현세에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인간 법칙을 깨닫고 영원한 죽음이 없는 열반(涅槃)의 경지에 도달하셨지요.
부처님 오신날은 분명히 올해도 오고 내년에도 옵니다. 중요한 것은 이날에 내가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질 것인가? 내가 어떻게 부처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날이 됐으면 합니다.

△스님은 지역 사회에서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등 ‘상생과 나눔의 불교’를 실천하고 계신데.

-올해 부처님 오신날의 표어가 바로 ‘나누는 기쁨, 함께하는 세상’ 입니다. 이 말처럼 그저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을 실천했을 뿐이지요.
불자들의 자발적인 십시일반 나눔 운동으로 정성을 모을 수 있었어요.
현대인들은 많은 물질들을 갖고 있지만 이를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선 대부분 무지합니다.
‘나눈다’는 의미는 소외되거나 불우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고 함께 기뻐하고 아껴주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 우리 사회는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어요. 멀리 외국에서 온 사람들을 피부와 언어가 다르다고 멸시하고 경시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됩니다. 우리는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종교의 역할 역시 그런 것이지요.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솔선수범해서 하나 하나씩 바꿔나간다면 깨끗하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불가에서 말하는 보시(布施)란 무엇입니까.

-보시는 ‘남을 돕는다’는 뜻입니다. 보시에는 물질적인 보시와 정신적인 보시로 구분됩니다. 물질적인 보시 보다는 남에게 마음을 줄 수 있는 정신적 보시가 더 중요한 것이지요. 보시의 기본은 ‘남을 돕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보시는 내가 남에게 무언가를 주었기 때문에 반드시 무엇을 받겠다고 하는 대가를 생각해선 안 됩니다. 보시는 항상 깨끗하지요.
무엇인가를 주는 사람과 이를 받는 사람, 쓰는 사람 모두가 깨끗해야 합니다.
따라서 항상 남에게 말을 할 때도 상처 주는 말 보다는 힘과 용기가 돼 주는 말을 해주는 것이 바로 보시입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인 파계사가 ‘제2의 창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최근까지 파계사는 804년(애장왕 5년) 심지(心地)가 창건하고 1605년(선조 38년) 계관(戒寬)이 중창했으며 1695년(숙종 21년) 현응(玄應)이 삼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파계사의 정확한 창건 시기에 대해선 어떠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오는 10월께 학자들에게 검증을 맡겨 세미나 등을 통해 전반적인 파계사의 역사를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템플스테이나 산사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 다문화가정이나 청소년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줄 계획입니다.

파계사 원통전 전경.

△끝으로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신도들에게 한 말씀 주시지요.

-지금은 경제적으로나 많이 힘든 시대죠.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재정비해 어떻게 하면 내가 살아남을 것인가? 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불가에선 ‘힘들 때 기도하라’는 말이 있지요.
내가 의지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곳에 가서 의지하고 내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회광반조(回光返照)라 하는데, 내면세계를 돌이켜 반성함으로써 불성을 발견한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합니다.
현재의 내 모습을 보면 과거의 내 모습을 볼 수 있고 미래의 내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즉, 현재 내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내 자신을 믿고 이를 실천하면 미래는 바라는 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산을 내려오면서 기자는 문득 스님의 말씀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자세를 깨단케 하는 인연이란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와 너를 초월한 그 세계에는 이기심이 없으니 어찌 욕망과 갈등이 끼어들겠는가. 신록이 눈부신 팔공산 기슭에 높은 하늘만이 청명하다.
파계사 영산회상도.
이 절은 영조의 출생과 관계되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숙종의 부탁을 받은 현응은 농산과 함께 백일기도를 했으며 기도가 끝나는 날 농산이 숙빈 최씨에게 현몽해 이렇게 태어난 아들이 후일의 영조였다는 것.

숙종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파계사 주변 40리 이내의 조세를 받아쓰라고 했으나 현응은 이를 거절하고 선대의 위패를 모시기를 청했다.

이는 지방 유림(儒林)의 행패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1979년 관음보살상을 개금할 때 불상에서 나온 영조의 어의(御衣)는 이 설화의 신빙성을 더해 주는 것이었다.

현존 당우로 2층누각인 진동루, 법당인 원통전, 적묵당 등이 있고, 부속암자로 현니암·성전암 ·금당암 등이 있는데 성전암은 경북 3대 도량 중의 하나이다. 문화재로 보물 제1214호 파계사 영산회상도가 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