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난 작은 길은
먼 옛날로 뻗어있다
눈 속에 잠긴 마을에는
도회로 나간 맏아들 대신
가로등 몇 개가 빙 둘러서서
말없이 지키고 있고
검게 그을려 투박한 손속에 감추어진
따스하고 정겨운 말들이
눈 빛 속에 조용히 흐른다
추수가 끝난 들녘
막막한 들판에
말없는 하늘이 내려와 잠겨
휴식을 취하고
같이 젖어드는 곳
고만고만한 기쁨과 아픔들이
함께 지붕으로 이어져
수십 년을 내려온 곳
靑路의 겨울에 눈이 내렸다
*靑路: 경북 의성군의 작은 마을
▷▶1951년 경북 청도출생.2007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前)매일신문 기자, 대구작가회의 회원. ‘삶과 문학’회원 (시집)거룩한 식사(문예미학사刊)
<해설> 불현듯 돌아가고 싶다 靑路가 아니어도 좋다 고만고만한 기쁨과 아픔들이 수십 년을 이어와 고만고만하게 살아 있을 정경, 이제는 사라져가는 그 정경, 고향이라는 그곳으로 -김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