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벽암록)을 읽다 1
碧巖錄(벽암록)을 읽다 1
  • 승인 2013.05.0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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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 시인

청동 북을 머리에 이고

동쪽 산에서 서쪽 산 까지 갔다.

붉은 달이

검은 바위 속으로 녹아들어

계곡물 소리가 잦고 숨 가쁘다.

청동 북을 등에 지고

강물 소리 따라

한 생애쯤까지 따라 내려갔다.

푸른 물고기들이 허공에 떠서

풀을 뜯듯 강 먹빛을 뜯어 먹고 있고,

아직 이 文字를 잘 모르겠다.

검은 팽나무 가지에서 땅 위로

고양이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말해보라,

말해보라

말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fortuna*

둥글게 허리를 웅크린 채 가릉거리는

붉은 달빛 아래의 모든 길들.

청동 북을 두드려도 소리가 없다.

듣지 못하는 새들은 숲을 용서하지 못하고 날아오르고

헛된 소들은 땅에 머리를 찢으며 우는데

검은 땅에서 팽나무 위로 다시

고양이 한 마리 훌쩍 올라앉는다.

여지없다.

둘로 베어 버렸다.

*fortuna :로마 신화에 나오는 운명과 행복을 맡아보는 여신

▷▶경남 창녕 출생. 1990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유리에 가서 불탄다’ ‘푸른 염소를 부르다’. 현재 성주 효병원 원장.

<해설> 거리를 나서다보면 무수히 많은 간판들을 보게 된다. 우리의 글도 아닌 외래어가 서로 엉키어져 가끔은 혼미해지기도 한다. 한때 유행어처럼 번진 ‘글로벌’이라는 단어 속에 우리의 것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 볼 수가 없다. 아무리 옳은 소리로 크게 소리를 쳐도 알아듣는 사람도 없고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미 둘로 나뉘어버린 분단의 현실 속에서 서로 싸우고 헐뜯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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