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를 먹다
의자를 먹다
  • 승인 2013.05.0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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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무현 시인
방금 퍼 담은 밥에 파리가 앉았다

쫓고 또 쫓지만 한사코 올라앉는 이놈은

살얼음 낀 똥 막대기에 붙어있던 녀석이다

내가 먹을 밥이 미끄러질 염려 없는 의자란 말이지?

지친 몸이 걸터앉을 수 있으면 뭐든 의자가 되는 걸까

잠시 의자에 앉혀있는 의자의 구조와 기능을 일으키는 사이

놈은 다른 녀석들까지 데려와서 눌러앉을 기세다

나는 밥 뜨는 속도를 빠르게 한다

내 밥을 남이 손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늦기 전에 얼른 먹고 일터로 가야한다

좀 더 나은 내일을 구하기 위해 혹사 시켜야할 몸이 믿을 것은

이 한 그릇의 고봉밥

목숨을 걸고서라도 앉으려 하는 파리들의 의자가 따끈하다

▷▶경북 성주 초전 출생. 1994년 시집 ‘너에게로 가는 여행’으로 문학 활동 시작. 시집 ‘뒷모습이 아름다운 길을 떠나자’‘홍어’등. ‘월요시’ 동인. 계간 ‘시 하늘’, 계간 ‘주변인과 시’,‘시에티카’ 편집위원 역임. 부산작가회의,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회의와 요산문학관 사무국장.

<해설> 한 그릇 따뜻한 밥이 누구에겐 목숨을 걸고 앉아야 하는 자리! 이라지만 양보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들이 똥구린내 나는 작자들이라면. -김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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