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부드러움이 살랑거리고 마당을 서성이는 산비둘기 발자국 가볍다 텅 빈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대문, 긴 바람 한 번 스쳐지나가고 말 뿐이다 나를 바라보는 개, 그도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눈빛이 그윽하다 먼 한길에서 자동차소리 날아와 실없이 나무들에 박힌다 긴 고요가 가끔 일으키는 맥박, 딱히 달라질 것 없으나 귀 기울여 본다
2.
한 번 지나가면 그만인데, 기다린다고 달라질 일 없다 목을 태우는 갈증은 그냥 지긋이 누를 일이다 그래도 약간 남는 아쉬움들 햇볕 부스러기로 공중에 흩어진다 먼 산 향해 날아가는 매화꽃잎들에 분분한 마음을 실어볼까 웅클어든 답답함을 날려버리면 그곳에 맑은 샘물이 솟을까 갑자기 하늘의 하얀 이빨 사이로 드러나는 웃음, 깔 깔 깔
▷▶대구출생. 2004년 수필문학 추천완료, 2009년 문학시대 시부문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교육법학회 회장, 현)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서: 일본 땅 일본 바람,키 큰 판사와 키 작은 아이들 외 12권 출간. 시집: 산방에서(책만드는 집 12년刊)
<해설> 어쩌면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벗어나 도망치고 숨어도, 살아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외로운 기다림의 반복이다.홀로 되어도 피하지 말고 부딪치고 어울려야 하는 게 인생. 인생이란 껴안고 즐거워해야 하는 그 무엇임에. -성군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