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뒤편에 기대고 선 노을빛이 내 어머니 지팡이처럼 흔들거린다. 흐려진 어머니 눈동자가 하루를 보내는 고단한 건물 벽에 걸려있다. 떨어질 듯 불안한 내 심장을 서둘러 움켜졌다. 어머니의 못다 한 말들이 동공을 빠져나와 성큼성큼 내게 온다. 아련하게 다가오는 회색빛 언어, 어머니가 오셨다. 어둠이 내리는 회색 시간, 가끔씩 이렇게, 불현듯 오셨다가 홀연히 가버리는 어머니, 어제는 토닥토닥 빗소리로, 입맛 없어 깔깔한 날 향기로운 봄나물로, 그리움이 아픈 날 구수한 된장국으로, 그렇게 오신다. 각혈하듯 쏟아내는 붉은 노을빛으로 오신 오늘, 어머니는 잔소리 한가득, 걱정을 안고 오셨다.
▷▶충남보령출생으로 경기도 안산에서 詩作활동중. 한국문인협회안산지부회원, 글쓰기 논술강사(현).
<해설> 삶이 어떤 모양인지 안다면 그림조각 맞추듯 이 조각과 저 조각을 빈자리에 꼭 끼워 맞출 텐데, 단지 시냇물이 소리를 내는 것은 물속에 돌멩이가 있기 때문이란 정도만 알뿐이다. 그렇게 그렇게 살다가 가끔 등이 시린 것처럼 아파오면 그 옛날 나의 등을 토닥이며 자신을 다 내어주시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성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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