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한 줌 못 얻어먹어
저런 녀석도 꽃 피울 수 있을까 싶도록
쬐그만한 몸 비비 틀리고 꼬이었어도
귀는 있는 대로 다 열어두고
오가는 발소리 숨소리 헤아리더니
세월없이 저 홀로 딴청이더니
찬 서리 내리고 어깨에 단풍 지자
엇 뜨거라, 고개 번쩍 쳐들고 있다
늦었다 싶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죽을 힘 다하여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 반짝 피워내는,
가장 낮은 그늘에 살아 있는 것들이 그러하듯이
내일 당장 떠날 깝시라도*
오늘 마지막 숨 태워 정한 빛 뿜어내는,
그래서 눈물겹게 더 아름다운
늦가을 국화
* 깝시라도 : ~망정이라도
▷▶경북 성주 출생. 1981년 ‘세계의 문학’겨울호에 작품 발표로 등단. 대구작가회의 회장역임. 현재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시집 ‘잠든 그대’ ‘백두산 놀러 가자’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겨울 가야산’ 등.
<해설> 무지막지한 큰 그늘에 가려 햇살 비켜가도 포기하지 않고 죽을힘을 다하여 끝내는 가장 아름다운 꽃 피워내는, 그들은 왜 항상 낮은 곳에서만 보이는지. -김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