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구정의 흐름, 주민참여조례
새로운 시·구정의 흐름, 주민참여조례
  • 승인 2013.05.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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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부산대 경제통상연구원 연구교수, 지방분권운동대경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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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중앙주도의 지역정치로 인해 대다수 시민들은 스스로를 정치적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치참여의 기회도 갖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중앙집권·집중의 장점만을 교육받아 온 시민들은 여전히 분권과 자치의 논리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최근 ‘더 많은 정치적 자유’, ‘더 많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확산되면서 시민의 목소리가 보다 직접적으로 정책과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거국면에 터져 나오는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열기를 일상적인 제도의 틀 안으로 흡수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즉, 시민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참여욕구와 정치적 자기표현의 욕구를 수용할 제도의 설계와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민(시민)참여조례를 자체적으로 제정, 운영하는 지자체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민참여를 통한 민주적 협치(協治)의 실현은 조례를 통한 주민참여의 제도적 근거마련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는 현재 광역자치단체 3곳, 기초자치단체 25곳 등 28곳이다.

또, 주민참여조례와 유사한 성격의 주민참여포인트 관리조례를 운영하고 있는 4곳을 포함하면 32곳에 이른다.

주민참여조례의 기본이념은 지자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기본정신으로 누구라도 평등하게 구정(시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주민과 행정기관이 협력하여 삶의 질 향상과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을 그 이념으로 삼고 있다. 주민참여의 단계에 대해서도 ‘의사형성에서부터 집행·평가하는 단계까지’로 규정하고 있어, 주민이 더 이상 통치의 대상이 아닌 통치의 주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협치’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 주민참여가 실제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거나 민관협치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조례의 제정을 통해 주민참여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도 있고, 법적근거 마련이라는 명분쌓기에만 머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민 누구나 평등하게 지자체 행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얼마나 많은 주민을 참여시키느냐 뿐만 아니라 성별과 나이, 교육수준, 소득, 거주기간 등에 따른 비례대표성과 영향력에 있어서의 형평성도 중요하다.

또한, 형식적인 권한이 아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받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형식적인 협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주민자치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역량은 하루아침에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참여와 자치의 경험을 통해 서서히 축적되는 것이다.

자치의 경험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 책임지는 경험이며, 이 과정에서 나와 의견이나 입장이 다른 사람들과도 협력하는 방법을 배운다. 따라서 지자체는 주민역량강화 교육을 위한 과감한 예산투입과 홍보를, 시민단체와 학계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맡는 등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NGO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을 설립해 이 조직이 교육을 전담케 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아직 광역, 기초 할 것 없이 주민참여조례를 제정한 곳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다. 주민참여예산, 주민발의, 주민투표, 주민감사청구, 주민소환 등과 관련된 개별조례들이 있지만 이는 법에 의해 모든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제정하고 있는 것으로 지자체의 의지와 무관하며, 이마저 형식적 운영으로 비판받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참여조례는 모든 주민에게 다양한 참여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기본조례’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주민참여를 통한 행정의 민주성·투명성 확보를 실천하기 위해 주민참여조례를 제정하는 지자체가 대구경북에서도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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