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한복,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 승인 2013.05.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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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경 폴리텍대 섬유패션캠퍼스 교수
1876년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된 후,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복(洋服)을 입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화된 양복은 1882년 신식군대로 창설된 별기군의 군복이었다. 개화기의 양복은 특수한 몇 사람이 특수한 기회에 입혀졌을 뿐 보편화되기에는 장구(長久)한 세월이 필요했다. 1945년 당시 우리나라 대부분 여성들은 한복을 입었으며 전체 성인여성의 1%만이 양복을 착용했다는 기록을 보아 여성들의 양복으로의 개화는 더디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50년대에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옷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군복을 변형하여 입을 만큼 빈곤하였으나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의류봉제업은 수출의 주역으로 급성장하였고, 1970년대 초 제일모직, 코오롱 등의 대기업이 기성복(旣成服) 산업에 진출하면서 의류봉제(衣類縫製)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 후 1980년대 기성복이 일반화되고 교복이 자율화되면서부터 현재까지 의류산업은 봉제기술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질적인 성장을 했다. 수천 년을 이어온 한복에 비하여 서양복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우리나라에 정착되면서 발전해 나갔다.

서양복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산업도 짧은 기간 동안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어 OECD국가 중 가장 성공적인 발전 사례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 경제 발전의 초기를 보면 경공업(輕工業)인 섬유와 의류산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섬유와 의류산업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대부분 개발도상국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모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옷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편에서 볼 때,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 중 하나인 한복(韓服)과 우리 민족의 바느질솜씨가 발휘될 수 있는 곳인 산업이라는 점에서 섬유와 의류산업이 경제 발전 초기 모델이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복은 친환경적인 자연의 옷으로 은은한 자연색과 단순한 선에서 나오는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옷맵시를 자랑한다. 또한 옷을 지을 때 한 땀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야 하는 바느질 기법은 깊은 매력을 느끼게 한다. 한복은 단순한 옷이기 보다는 조상들의 디자인 감각, 손 기술력, 정성을 다하는 성실성까지 우리 조상이 우리에게 물려주신 문화적 유산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조상은 옷을 짓기 위해 실로 옷감을 짜고, 입는 사람의 체형을 고려하여 옷감의 색상을 선택하고, 치수를 재어 천을 마름질하여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바느질하면서 가족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였다. 우리 옷은 나이와 계절에 따라 옷감의 종류가 다르고, 바느질법도 다르며, 누가 입느냐에 따라 옷의 종류와 명칭도 달라진다. 특히 전통 한복의 바느질은 정교하면서도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어 현대 바느질 기법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조상의 슬기와 손 멋을 느낄 수 있는 한국인의 바느질 솜씨는 현재에도 우리나라의 의류산업에 그대로 이어져 국가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한국이 세계적인 봉제기술국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는 석·박사과정 동안 서양복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해 우리 한복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워볼 기회가 없었다. 학술연구를 통해 한복을 전공하신 교수님들과 만나면서 한복에 대한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복 바느질에 대해 공부하면서 사람이 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바느질 기법에 놀랐고 또한 조상(祖上)들의 일상생활이 한복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선조들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21세기는 한 나라의 삶과 수준을 경제로 평가하기보다는 문화가 우선시된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빠른 속도로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 문화들이 혼재(混在)하고 있어 우리 옷뿐만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민족과 역사를 함께 했던 우리 옷은 서양복에 밀려 거의 자리를 잃어 가고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기성세대(旣成世代)까지도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기보다는 외면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수천 년 선조(先祖)의 혼(魂)을 그대로 담고 있는 한복이 세계화속에서 진정한 한국인의 정체성(正體性)을 밝혀주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 옷인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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