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부터 수천㎞ 떨어진 진귀한 ‘소금우물’
바다로부터 수천㎞ 떨어진 진귀한 ‘소금우물’
  • 박윤수
  • 승인 2018.12.27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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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우물’이란 뜻의 옌징
고원 우물서 염수 솟아나
4·5월 생산 “많이 안 짜네”
밍용마을~밍용빙천 2시간
한반도 닮은 빙천 형태 위용
전망대 데크서 일행과 여유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샹그리라를 찾아서<4> 샹그리라-옌징-밍용빙천-페리라이스

샹그리라를 출발해 2시간여 지나니 본격적인 공사 구간이 나온다. 3~4천m를 넘는 고개에 왕복 4차선 도로를 건설하는 대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가는 대형 트럭에 각종 공사 차량들, 그리고 우리나라 6,7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도로 공사 현장들이다. 건축과를 졸업하고 평생을 건설업에 몸을 담아 온 나로서는 이런 현장 상황들이 눈에 들어온다. 현장 인부들 중 여성들도 많이 보인다. 삶에 찌들어 얼굴에 전혀 표정이 없는 사람들, 현장 상황은 최악이다. 모든 일이 사람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정리되고 있다. 심지어 레미콘 트럭 타설부로 모래 자갈 등을 투입, 현장에서 역회전으로 콘크리트 믹서 역할을 하여 타설을 하기도 한다.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로 인하여 터널은 생각할 수도 없고, 비탈면을 구비구비 돌아 도로를 개설하다 보니 아래 윗길이 맞물려 산사태, 낙석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비포장도로에 오랜 시간 시달리다 보니 흔들거리는 차안에서도 잠이 잘 온다.

아침밥 먹고 출발 한지 서너 시간, 벌써 시장기가 느껴진다. 소읍에 차를 세우고 현지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키고, 어제 먹다 남은 송이와 한국에서 가져간 컵라면을 냄비에 쏟아 송이라면을 끓여 국물까지 후루룩 먹는다. 중국 옛 차마고도의 이름 모를 시골 간이 식당에서 먹는 송이라면은 이번 여행 중 먹은, 가장 특별한 음식이었다. 점심을 먹고 지역 특산물 머루 포도로 맛있게 후식을 한다.

또 다시 10km를 비포장으로 고도 4천m 고갯마루를 향해 힘차게 달린다. 오르막길 한번 내리막 한번 하면 나타나는 마을들, 깊고 깊은 산중에 점점이 마을을 이루며 이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샹그리라를 출발해 높은 고개를 몇 개 넘어 어느덧 제법 큰 마을의 형태를 갖춘, 몇백호는 될 듯한 더친(德欽)에 도착했다. 이제 이곳에서 3시간 정도만 더 가면 옌징(鹽井)이라고 한다. 행히 옌징까지의 길은 포장도로이다. 옌징이 가까워지며 도로는 흙탕물의 란창강을 따라 구비구비 이어진다. 티벳 땅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위압적으로 서서 운남과 티벳의 경계를 알린다.

어느덧 해 질 무렵 옌징검문소 앞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낭을 풀었다. 출입허가를 받지 않고 몰래 온 까닭으로 마음 놓고 거리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숙소의 이층 창문에서 내다 보이는 산과 백탑 그리고 초록의 들판, 누렇게 익은 옥수수 대공들, 티벳탄들의 하얀집들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란창강의 물, 선계에 다다른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정녕 제임스 힐튼이 그렸던 샹그리라의 모습이 아닐까? 구름을 두르고 석양을 등지고 우람하게 서 있는 높은 설산, 산 중턱에는 신선처럼 은둔하며, 오직 신을 위하여 살아가는 티벳탄들, 어김없이 마을의 중심에 서있는 라마사원들, 그리고 하얀 백탑들……. 숙소의 열어 놓은 창으로 시원한 산들바람이 스쳐간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힐튼은 “산허리는 거의 수직으로 밑으로 뻗어나가 있었으며 아득히 먼 옛날 지각 변동으로 생겼을 것이 틀림없는 바위틈 사이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멀리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계곡의 강바닥은 녹색으로 뒤덮여있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뒤쪽에 치솟아 아득히 높고, 등반이 불가능한 산맥에 의해서 완전히 격리되어 있다는 흠이 있을지언정 그곳이 평화로운 은총으로 가득 찬 땅으로 여겨졌다.”라고 적고 있었다.

샹그리라의 향기를 맡아 보고자 크게 심호흡. 공기를 들이 마신다. 옌징호텔 마당에서 보는 하늘은 고운 소금 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무수한 별들이 빛을 발한다.

염정
옌진의 풍광.


6일차 새벽 6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일행 모두 손전등에 의지하여 숙소를 나선다. 라싸에서 일어난 소요로 인해 외국인의 티벳지역 출입이 통제돼 정식으로 출입허가증을 받지 못한 우리는 검문소 근무자들의 눈을 피해 뒷길을 1시간여를 돌고 돌아 소금우물(鹽井)으로 가는 비포장도로에 들어섰다. 예약한 버스가 약속된 시간에 도착, 승차 후 10여분을 달리니 저 멀리 소금 우물과 소금밭이 보인다.
 
염정우물
염정우물.


티벳탄들의 생명의 원천 소금우물. 옌징은 운남성에서 티벳으로 갈 때 나타나는 티벳의 첫번째 마을이다. 정식명칭은 티베트 자치구 창두지구 망캉현 옌징이다. 란창강 양쪽 연안에 위치하며 란창강 서쪽 연안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옅은 붉은색을 띤다. 옌징은 란창강 양쪽 연안에 옛 염전이 있는 동네를 말하고, 염전은 옌징에 있는 상염전, 하염전 등 소금밭을 말한다. 염전에는 해거름이 내리면 소금밭이 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염전에는 108개의 소금우물이 있고 염전은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소금우물에서 끌어온 소금물을 7일 정도 1층에 가두어 염분농도가 짙어지도록 한 다음 2층으로 옮겨, 햇볕에 4일 정도 쬐면 소금 결정체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소금생산은 대체적으로 4월에서 5월까지만 한다고 한다.

 
염정
염정.


TV시리즈에서 본 염정보다는 많이 쇠락해 있다. 지금은 소금생산 철이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생산성 악화와 다른 일거리를 찾아 이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줄어서인지 스산한 느낌마저 든다. 복사꽃 필 때 가장 좋은 소금이 생산된다고 한다.
 
염정-3
소금 고드름.


소금밭의 진흙과 섞여 생산되는 홍염은, 야크나 가축들에게 먹인다. 방목하는 가축들을 우리로 불러들일 때 소금을 준다고들 한다. 재희씨가 소금 밭 아래 열린 소금 고드름을 한바구니 따서 가방에 챙겨 준다. 속이 비어 있는 소금 고드름은 라마사원에 공양할 때 사용한다고 한다. 입에 넣어 보니 그렇게 짜지 않다. 소금을 생산하기 위해 고생한 티벳탄들의 땀방울이 생각난다.

황토빛 란찬강 옆에, 높게 소금 우물이 만들어 있다.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부딪쳐 생긴 히말라야산맥 한켠에서는 이렇듯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들이 있다.

 
밍용빙하수
밍용 빙하수.


옌징을 둘러 보고 나오는 길,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검문소를 피해 멀리 우회하여 마을 어귀에 대기하고 있다가 타고 간 버스를 불러 타고는 재빨리 티벳지역을 나왔다. 가족 같은 지인들과 함께 한 여행이라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내심 걱정을 했었다. 티벳 운남 접경표지를 지나 란창강을 끼고 두어 시간 달려 밍용빙천(明永氷川)에 도착했다. 계곡 사이로 진입하는 길은 비포장에 강을 끼고 절벽을 스치는 길이지만 빙천이 있는 곳은 따뜻하고 포근한 아주 양지바른 마을이다. 이곳의 빙하는 3천600m까지 내려온다.
 
밍용빙천
한반도 형상을 닮은 밍용빙천.


메이리쉐산(梅里雪山) 정상의 빙하가 계속 밀려 내려온다는데, 여기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의 크기가 자꾸 줄어든다고 한다. 빙하 녹은 물이 회색빛 검은색을 띠며 마을 개천을 쉼 없이 내려간다. 마을에서 2시간여를 걸어 빙하 중심부까지 가는 길. 마부들의 호객에 일행은 말을 타고 오른다. 1시간여 말을 타고 오르고, 말에서 내려 10여 분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빙하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난다. 빙하전망대 데크에서 티벳탄들의 불경을 적은 오색의 타르쵸 너머로 본 빙하의 모습은 한반도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신기로움에 삼삼오오 사진도 찍고 잠시 숨을 돌린다. 전망대 아래 간이휴게소는 마부들과 여행객들이 함께 휴식을 취하는 곳, 가볍게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기도 한다.

하산하는 길은 교대로 말을 타고 30여 분만에 마을로 돌아왔다. 맥주 한잔으로 목마름을 대신하고 저녁 숙박 예정지 페리라이스(飛來寺)로 차를 돌렸다.

해 질 녘 도착한 페리라이스 전망대에서 보는 메이리쉐산(티벳어 ‘신성한 하얀 산’) 의 위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구름에 휘감겨 저녁 햇살을 받는 사이사이로 만년설이 희끗희끗 보인다. 많은 남방에 사는 중국인들이 눈 구경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저녁 전에 페리라이스를 가보려고 숙소를 나섰으나, 비가 흩뿌려 발길을 돌렸다. 숙소 창문으로 하염없이 메이리쉐산을 바라보다 잠을 청한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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