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생산자 어우러져 ‘도농상생’ 큰 그림
소비자-생산자 어우러져 ‘도농상생’ 큰 그림
  • 김광재
  • 승인 2019.01.31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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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직거래 장터로 첫발
작년 이용인원 10만명 넘어
도농교류행사 주기적 마련
소비자와 생산자 서로 만나
생산과정 공개로 신뢰 쌓아
도시-농촌 잇는 공동체 구축
생산자가 직접 먹거리 출하
가격 결정도 생산자 스스로
“농사가 훨씬 재밌어졌어요”
농부장터
협동조합 농부장터의 로컬푸드 직매장.

 

협동조합 농부장터

가끔 뷔페식 비빔밥을 먹을 때면 거의 과식을 하게 된다. 커다란 대접에 밥을 푸니 양을 잘 가늠하지 못해서다. 밥이 많으니 그에 따라 나물도 많아지고 비벼 놓으면 부담스러운 양이 된다. 그렇다고 남길 수는 없어서 결국 대접을 깨끗이 비운다.

대구시 북구 태전동 협동조합 농부장터에 취재하러 간 날도 그랬다. 약속한 시각 보다 일찍 도착해 농부장터 2층 ‘그린테라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었는데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주민들로 빈자리가 몇 개 없었다. 점심을 만드는 모든 재료는 국산이다. 인공 조미료도 쓰지 않는다. 아래층의 농부장터 매장에 들어오는 신선한 로컬푸드로 만든 음식이다.

밥을 먹으면서 소식지 ‘농부장터 이야기’를 훑어봤다. 그린테라스는 식당, 카페, 강의실, 주민 모임 공간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공동체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원예교실, 요리교실 수요밥상, 통기타쿄실 등이 열리고 있다. 칠곡군 동명면 구덕리에 있는 농부장터 양지바른 텃밭은 매년 공개모집을 통해 약 40가구가 주말농장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 봄, 가을에는 농촌과 도시를 잇는 도농교류체험 행사도 열린다. 산지를 직접 방문해 농산물이 밥상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보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군위군 화산면 고로마을 해발 700m의 고랭지 배추밭을 둘러보고 김치담그기 체험도 했다.

농부장터
그린테라스의 비빔밥 뷔페.



자녀와 함께하는 도·농 상생캠프도 매년 여름이나 가을에 1박2일로 열리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상주 밤원마을에서 오디를 따고 올갱이를 잡고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재작년 가을에는 상주 승곡마을과 은자골에서 사과따기, 고구마캐기, 부추베기 체험을 하고 캠프파이어와 포크송 공연으로 가을을 만끽하고 왔다.

협동조합 농부장터는 이제 로컬푸드 직매장을 넘어 도시와 농촌을 잇는 공동체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친환경 직거래 상설매장 ‘농부’를 개장하면서 첫발을 내디딘 농부장터는 지난해 이용인원이 10만명을 넘었고 매출액은 약 25억원이었다. 작년말 기준 법정조합원 137명, 이용조합원 2천58명, 참여농가 206가구, 직원 14명이 각자 위치에서 생산하는 주인, 소비하는 주인, 운영하는 주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

1층으로 내려가 직매장을 둘러봤다. 이곳에서 소비자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고, 생산자는 적정한 가격을 보장받으며, 직원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다. 그 바탕에는 구성원 간의 단단한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먹거리를 생산한 사람들의 사진과 소개가 매장 곳곳 붙어있었다. 생산자들은 정해진 가격에 ‘납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가격으로 태그를 붙여 ‘출하’를 한다. 같이 매장을 둘러보던 김기수 대표가 한 생산자의 사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농부장터
농부장터 소비자 조합원들의 산지 방문 행사.




“이 조합원은 농부장터로 인해 농사 짓는 방식을 바꾼 분입니다. 예전에는 많이 생산해서 도매상에 넘기는 식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직거래 방식으로 하면서 농사가 훨씬 재미있어졌다고 해요. 잎채소는 가격이 폭락하면 정말 포장박스 값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거래 장터에서는 적정한 가격이 유지되니까 그런 위험은 없죠.”

시장가격과 유통자본에 종속된 생산자와 스스로 결정에 참여하는 생산자의 마음이 얼마나 다를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비자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어떤 사람이 생산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모르는 먹거리와, 교류체험 행사에서 만난 농부의 사람 좋은 미소와 마을 풍경을 떠올리게 해주는 먹거리를 대하는 소비자의 마음이 어찌 같겠는가.

‘효기농장 달걀’ 앞에는 그 알을 낳은 닭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진이 붙어 있다. ‘수가비 콩두부’ 앞에는 “콩심는 농부가 매일 아침 두부와 순두부, 도토리묵을 당일 만들어 당일 가져와 판매합니다. 포장에 그려진 아이들 얼굴은 실제 전인옥 생산자의 자녀인 5남매 캐리커쳐입니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포장지에 그려진 1번부터 5번까지 다섯 남매의 웃음은 소비자들에게 쉬이 전염될 것 같다.

뚜껑이 열린 채 바닥에 놓여있는 한 사과박스 안에는 표면에 작은 흠집이 난 사과들이 담겨 있다. 그 위에는 ‘할인’이라는 제목으로 생산자의 이름, 주소와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지난해 4월 열매를 맺을 때 우박을 맞았서 성장하다보니 모양은 다소 이상할지러도 맛은 그대로입니다. 올해는 이런 자연의 피해는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타가 몇 군데 있는 진솔한 문장과 흠집이 몇 군데 있는 맛있는 사과가 애틋하고 아름다웠다.

양 조절 실패로 비빔밥을 과식했으나 인터뷰를 하고 매장을 돌아보는 사이 어느새 속이 편안해졌다. 좋은 먹거리로 만든 음식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식지에 그린테라스 비빔밥 뷔페 단골손님으로 소개된, 침산동에서 매주 한두 번 이곳을 찾는다는 노부부의 “이런 나물 실컷 먹을 데 잘 없죠”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물이 많이 나는 봄철에는 더욱 인기가 높다고 한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협동조합 농부장터 약도
협동조합 농부장터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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