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 부리다 큰코” 음주운전 사라질까
“객기 부리다 큰코” 음주운전 사라질까
  • 강나리
  • 승인 2019.06.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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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단속, 높아진 경각심
술 덜 깬 상태 적발 가능성 커
숙취해소제 구매 고객 늘어
휴대용 음주측정기 부쩍 관심
출근길 택시나 대리운전 이용
회식 등 술자리도 위축 예상
유흥가·식당 ‘매출 감소’ 우려
휴대용음주측정기1
음주운전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를 0.05%에서 0.03%로 강화한 ‘제2의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25일 오후 한 시민이 구입한 휴대용 음주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 수위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제2 윤창호법’이 25일 0시를 기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술을 한 잔만 마셨거나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숙취 운전’을 한 경우에도 적발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출근길에 대리운전을 부르는 등 운전자 스스로 주의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운전자의 음주습관과 운전문화 전반에 걸쳐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애주가들 사이에선 휴대용 음주측정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검색, 구매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다. 최근엔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음주측정기가 출시돼 주목받고 있다. 실제 음주측정기보다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자신의 음주 상태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한 데다 편리해 인기가 높다.

대구에서 전자매장을 운영하는 전호근(39)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대용 음주측정기에 대한 문의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 들어 구매 관련 문의를 하는 사람이 하루에 1~2명은 있다”며 “우리 매장은 휴대용 음주측정기를 구비하지 않고 있는데 찾는 사람이 종종 있다 보니 물건을 소량이라도 갖다 놓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술 깨는 약’이라 불리는 숙취해소제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대구의 한 약사는 “숙취해소제를 먹고 얼마나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묻는 분이 평소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또 직장인 김상민(33)씨는 “회식 후 3~4시간밖에 못 자고 운전해 출근할 때도 있다”며 “음주단속 기준이 강화된다는 소식에 숙취해소제를 미리 대량 구매했다. 휴대용 음주측정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조만간 살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직장인이 즐기는 실내 스포츠 문화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게임이 끝난 뒤 뒷풀이를 하는 음주문화가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직장인 박모(37·달서구 용산동)씨는 “땀 흘린 뒤 마시는 맥주 맛으로 퇴근 후 동료들과 스크린 야구나 골프를 간간히 즐겼는데 앞으론 힘들어질 것 같다”며 “겨우 한두 잔 마시고 대리기사를 부르기엔 돈이 아깝다며 아예 모임 자체를 없애거나 줄이자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흥가나 식당업주들은 때 아닌 ‘된서리’를 맞을까 우려했다. 음주단속 여파로 회식 등 술자리 자체가 줄어들면 업소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 호프집을 운영하는 강모(여·54·남구 대명동)씨는 “가뜩이나 불경기라 장사가 안 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법 취지는 좋지만 장사해서 먹고 사는 입장에선 당장 이번 주말 매출부터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인근 스크린야구·골프장 업주들 역시 주점 손님들이 줄어들면 실내 스포츠업소 이용객도 덩달아 감소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대리운전이나 택시 등 수송업계 이용객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심야시간 취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대리운전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구 대리운전업체 연합 콜센터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음주운전 단속에 관한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이 콜센터는 25일 출근시간대(오전 7~9시) 5건의 대리운전 요청을 접수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음주단속 기준 강화로 대리 요청이나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며 “아직 개정법 시행 첫날이라 이용객은 소폭 늘어난 정도지만 문의가 급증해 앞으로 이용객 수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 업계는 승객 수 변화가 비교적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2 윤창호법 시행에 영향을 받는 고객층이 취객인 만큼 택시보다는 대리운전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국택시산업노조 대구지역본부 관계자는 “영업용 택시 이용객은 당분간 조금 늘어나겠지만 대리운전이 있기 때문에 피부로 느낄 정도의 변화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한 콜택시 업체 관계자도 “24~25일 손님이 조금 늘었지만 평소와 차이가 크지는 않다”고 했다.

한편 개정법 시행 첫날 대구·경북에선 6명이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대구의 경우 평소 일평균 10여 명이 적발되는 데 비해 다소 줄었다. 하지만 경찰의 지속적인 집중단속 예고에도 불구하고 적발 사례가 잇따라 아쉬움을 남겼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5일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지역 10곳에서 음주단속을 진행해 남구, 북구, 수성구에서 모두 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운전자들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5~0.178%로 개정법에 따라 모두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경북에서는 안동과 칠곡 2곳에서 운전자 2명이 혈중알코올농도 0.06~0.146% 상태로 운전하다 단속에 걸렸다.

경찰은 앞으로 두 달간 대구 전역에서 상시 음주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유흥가, 식당, 유원지 등에서 불시 단속도 벌인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 면허취소 기준은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상향됐다. 음주운전 처벌 상한도 최고 ‘징역 3년, 벌금 1천만 원’에서 ‘징역 5년, 벌금 2천만 원’으로 강화됐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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