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지자 신청사 건립기금 600억 끌어 썼다
발등에 불 떨어지자 신청사 건립기금 600억 끌어 썼다
  • 김종현
  • 승인 2020.05.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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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대구에 주는 교훈] 2)신종에 맥 못추는 매뉴얼
경기도, 역학조사관 87명 확보·부산, 워크스루 검사소 개발
‘31번’ 발생 때 역학조사관 1명…“의료관광 집착, 보건 외면”
첨복, 첫 확진 3개월 만에 진단키트 개발…늦은 대응 아쉬움
교대근무나서는의료진
교대 근무 준비하는 의료진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달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동산병원 보호구 착의실에서 의료진이 교대근무를 위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전국에서 달려온 의료진은 목숨을 걸고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코로나가 발생하기 시작한 1월 말 경기도는 역학조사관 6명이 있었고 점차 역학조사관을 확충해 87명까지 늘렸다. 1월말 이미 경기의료원과 인재개발원 등 격리시설을 확보했다.

2월 7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검사 의료기관 38곳 중 대구경북만 빠져 있었다. 서울이 18곳, 경기도가 8곳이었다. 검사의료기관은 6시간 내에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전남은 광주시에 있는 전남대병원을 검사 기관으로 이용하기로 돼있어 지정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첫 환자가 나온 것은 1월 20일. 2월 18일 31번 환자가 나왔을 때 대구시 역학조사관은 단 1명에 불과해 대구시는 역학조사 교육을 받은 공무원 2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대구시는 코로나의 대규모 발생에 대비한 사전 시나리오 매뉴얼을 점검하고 얼마나 대비했을까.

대구시 김재동 보건복지국장은 “감염병에 대비해 만든 매뉴얼이 있지만 신종일 경우는 질본이 내려 보내는 지침에 따라 하게 된다. 이번에는 질본의 지침도 안 맞아 생활치료센터처럼 대구시의 건의로 바뀌어지기도 했다”며 “책이 한권인 상세한 매뉴얼이 있지만 환자가 수백명씩 쏟아져나오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질본은 작년 10월 감염병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했다. 이때는 질본 역시 코로나 19 같은 초대형 유행병이 생길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다.

김신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 단장(경북대 감염내과 교수)은 매뉴얼 상으로 보면 대구시의 이번 코로나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단장은 “매뉴얼 자체를 비판할 상황은 아니다. 1차적으로 대구시민 0.5%가 감염되면 중환자실이 몇개 필요하고 생활치료시설은 몇 개 들어가야 되고 마스크는 몇 개 재고가 있어야 되고 이정도는 다 마련돼 있다”며 “이번 코로나와 같은 일이 발생할 것으로는 아무도 예상 못한 것 아니냐”고 했다.

홍석준 대구 달서갑 국회의원 당선자는 “대구시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워낙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시의 재정이 어려워서 긴급자금 지원이 늦어진 면이 있지만 언론에서 일부 문제를 너무 침소봉대해서 보도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경기도는 많은 재정적 여력에 환자가 많지 않아서 시원시원하게 치고 나가서 박수를 받았지만 이를 대구와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시의 대응에 대한 비판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대구는 보건에 관심이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동안 ‘대구는 의료관광인데’라며 윗사람부터 아랫사람까지 지나치게 의료관광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부산 남구보건소는 방호복이 필요 없는 워크스루 검사소를 개발해 해외 수출에 나섰다. 대전에 자리잡고 있는 의료기기 벤처인 ‘JSK바이오메드’는 세계 최초로 주사바늘이 없는 주사기를 상용화해 4월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서울의학연구소는 핀란드로부터 코로나 검사를 의뢰받았다. 2008년 설립된 경기도 소재 ‘노블 바이오’는 세계특허를 가진 ‘코판’의 면봉과 비슷한 성능을 내는 의료용 면봉을 생산해 아랍에미레이트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첨복재단)은 신약개발과 글로벌 수준의 의료기기 개발이 목적이다. 첨복재단은 4월 9일 코로나19 감염여부를 빠르면 20분 만에 진단하는 키트의 수출용 허가를 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진단키트는 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엠모니터의 제품으로 진단키트에 사용되는 핵심 효소는 첨복재단에서 공동개발한다는 내용이다.

대구메디시티 협의회는 현재 4개 대학병원과 첨단의료기기업계 등 18개 보건의료기관이 참여해 수도권 다음으로 해외환자를 많이 받고 있다. 4월에 몽골 나눔의료봉사를 예정하기도 했고 해외 10개국에 25개 홍보사무실을 만들었다. 대구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이후 메디시티협의회가 신속하게 소집돼 체계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타지역에서 세계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감염병 인력을 확충 한 것과 비교하면 지역민으로서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 19가 터지자 신청사 건립기금 등 관련기금 600억원까지 사용할 정도로 다급했던 것은 평소에 준비가 없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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