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나이
[좋은 시를 찾아서] 나이
  • 승인 2023.08.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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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

초대하지 않아도

오고 싶어 하는 그대

대문 빗장 풀어 놓고 기다리리

뜰 안의 백일홍도 그대 반기리

부디 서두르지는 말게

나는 준비가 덜 된 늘보

더디 오면 좋으리

정맥마다 웅크린 가녀린 통증

생애가 끝나가는 두려움

머지않아 문 앞에 소리 없이

당도할 가인이여

유월 어느 날

우전차 한 잔 준비하리니

이쯤서

왔으니, 그냥 머물게

◇김선자= 2018년 계간 ‘문장’ 신인상. 계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제1회 매일 시니어 문학상 시 특선. 제2회 매일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특선. 2019년 시집 ‘어머니의 바늘’ 발간. 대구 문인협회 회원. 가톨릭 문인회 회원. 시하늘 회원.

<해설>담담하다. 팔순을 넘긴 시인이 나이를 두고 쓴 시다. “대문 빗장 풀어놓고 기다리리”라는 진술은 기교를 지운 문장이면서 쿵! 가슴에 와닿는 문장이다. 그러나 시인은 준비가 덜 된 늘보인 까닭에“더디 오면 좋으리”라고 첨언을 보탠다. 다가올 그대는 여전히 두려움이어서 다가올 그가 가인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힌다. 그런 그대를 맞아 우전차를 준비하는 차분함 뒤에는 데려가시게! 가 아니고 ‘머물게’다. 이 말은 그 가인에게 들려줄 시 한 편을 제대로 지어 보이겠다는 모진 결심은 아닐까. 목백일홍이 백일은 꽃 피우는 것처럼.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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