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하지 않아도
오고 싶어 하는 그대
대문 빗장 풀어 놓고 기다리리
뜰 안의 백일홍도 그대 반기리
부디 서두르지는 말게
나는 준비가 덜 된 늘보
더디 오면 좋으리
정맥마다 웅크린 가녀린 통증
생애가 끝나가는 두려움
머지않아 문 앞에 소리 없이
당도할 가인이여
유월 어느 날
우전차 한 잔 준비하리니
이쯤서
왔으니, 그냥 머물게
◇김선자= 2018년 계간 ‘문장’ 신인상. 계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제1회 매일 시니어 문학상 시 특선. 제2회 매일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특선. 2019년 시집 ‘어머니의 바늘’ 발간. 대구 문인협회 회원. 가톨릭 문인회 회원. 시하늘 회원.
<해설>담담하다. 팔순을 넘긴 시인이 나이를 두고 쓴 시다. “대문 빗장 풀어놓고 기다리리”라는 진술은 기교를 지운 문장이면서 쿵! 가슴에 와닿는 문장이다. 그러나 시인은 준비가 덜 된 늘보인 까닭에“더디 오면 좋으리”라고 첨언을 보탠다. 다가올 그대는 여전히 두려움이어서 다가올 그가 가인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힌다. 그런 그대를 맞아 우전차를 준비하는 차분함 뒤에는 데려가시게! 가 아니고 ‘머물게’다. 이 말은 그 가인에게 들려줄 시 한 편을 제대로 지어 보이겠다는 모진 결심은 아닐까. 목백일홍이 백일은 꽃 피우는 것처럼.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