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청도라지
[좋은 시를 찾아서] 청도라지
  • 승인 2023.08.29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용수 시인

방금 세수한 아내

청도라지꽃이다

손자 보랴

집안 청소하랴

맛있는 음식 준비하랴

쉴 틈 없는 진종일

아들 며느리

다 모이는데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날 기다리는 아내

마악산 산기슭 사동에서

처음 만나 모셔온

아내는 청도라지였다

첫날 밤

족두리 벗기던 손톱이

지금도 아릿하다

◇원용수= ‘한맥문학’ 수필 등단, ‘문학예술’ 시 등단. 매월당 문학상, 영호남 수필 문학상 수상. 한국문협, 대구문협, 대구수필가협회 회원. 수필집 : ‘능수버들’, 시집 ‘무지개 여행’과 최근작 시집 ‘백조의 기분’이 있음.

<해설> 올해로 80 중반에 이른 원용수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백조의 기분’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시집 중에서 고른 시 ‘청도라지’는 아내의 사랑을 노래한 시다. 아내를 향한 사랑에서 알싸한 도라지 향기가 난다. 수십 년을 마주하고 살았어도 세수한 얼굴을 보면서 청도라지꽃을 떠올리다니! 시 속의 아내 또한 만만치 않다.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들보다도 잠시 운동 나온 남편을 언제 오나 기다리는 그 마음은 아마도 마악산에서 오래전 모셔 온 청도라지이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첫날밤 족두리 벗기던 손톱이 지금도 아릿하다는 것은, 사랑이 식지 않았고 더 뜨겁게 사랑하겠다는 신호다. -박윤배(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