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청동거울
[좋은 시를 찾아서] 청동거울
  • 승인 2023.10.23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분자 시인

개꿈을 꾸었는데

깨어보니 개가 없다

상상의 끄나풀이 되지 못한

몇 번이나 반복해서

꿈속에서 들여다본 너의 얼굴이

세월에 묻혀

기억조차 없는 얼굴이 되어 있다

녹물빛 저녁 어스름에 둘러싸여

반지름 15센티미터의

난간을 걷다가

주름진 얼음벽 장막 뒤로

임종하는 늙은 개처럼

너는 사라진다

◇권분자= ‘월간문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너는 시원하지만 나는 불쾌해’, ‘수다의 정석’,‘엘피판 뒤집기’. 소설집 ‘출소를 꿈꾸다’가 있음.

<해설> 아무것도 아닌 잡스러운 꿈과 개가 등장한 개꿈? 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시인이 꾼 꿈은 실제의 개가 등장하는 꿈인 듯도 한데, 문제는 꿈이란 여러 조각의 심리가 만들어 낸 무의식의 결과물로서의 편집된 영상 같은 것이다. 시인은 그런 심리를 이동 조립 편집하는 새로운 영상 같은 시 세계를 추구 탐닉하는 듯도 보인다. 일반적으로 거울이라 해도 될 것을, 거울 이전의 청동거울이 주는 그리 선명하지 않은 상태 즉 흐려서 더 많은 상상을 가능케 하는 거울로 현재의 자신과 까마득한 과거 혹은 전생의 너(자신)를 동시에 비추어 내면서 나는 누구인가? 의 물음에 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박윤배(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