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찾은 행복] “신발 벗고 걸으니 자연과 한층 가까워져”
[맨발로 찾은 행복] “신발 벗고 걸으니 자연과 한층 가까워져”
  • 류예지
  • 승인 2023.11.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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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맨발걷기’ 체험기
발목 통증 줄고 자유로움 느껴
맨발로 지구 디디는 것 ‘기분 환기’
류예지 기자 

허리 통증이 완화됐다는 후기부터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소식까지. '맨발걷기' 긍정적 후기가 상당하다. 도대체 맨발이 신발보다 좋은 이유가 뭐길래 이렇게 인기일까. 각종 이로운 음이온을 받아들이고 독소를 빼낸다고 전해지는 맨발걷기. 본 기자가 직접 맨발로 걸어봤다.

첫 맨발걷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지난 주말, 대구 동구의 집 근처 한 공원 산책로에 들어섰다. 누가 이상하게 볼까 쑥스러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신발을 벗어들었다. 차가우면서 까끌까끌한 흙의 느낌이 발끝으로 전해져 왔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부드러운 구간이 있는가 하면 돌과 함께 섞여 꽤 아픈 흙길도 있었다. 혹여나 벌레라도 밟을까 대충 걷지도 못했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자 긴장감이 느껴졌다. 맨발로 집 밖을 걸은 건 초등생 시절 신발을 벗고 놀이터를 누비던 이후 처음이다. 공원 한 바퀴를 다 돌고선 발을 대충 정리한 후 다시 신발을 신었다. 발 마사지를 받고 나온 듯한 기분. "좋구나" 첫 느낌이었다.

비가 온 날의 땅이 더 좋다고 해서 아침에 비가 내렸던 날 저녁 맨발걷기를 시도했다. 맨발걷기의 가장 좋은 점은 편하게 슬리퍼를 신고 나가도 된다는 것. 슬리퍼를 끌고선 봉무공원 산책로 앞에 도착했다. 입구에 설치된 신발장에 슬리퍼를 가지런히 놓고 차가운 흙바닥을 내디뎠다. 과연 몹시 차가웠다. 즐거움을 느끼려면 고통이 전제돼야 한다니 일단 참고 걸었다. 아직 빗물을 촉촉하게 머금은 땅은 얼음장 같으면서도 부드러웠다. 군데군데 뭉쳐진 황톳길엔 강풍에 떨어진 젖은 낙엽과 지렁이 수십 마리가 함께 했다. 나도 신발을 벗으면서 한층 자연과 가까워졌다는 느낌에서였을까. 지렁이도 징그럽지 않았다. 찬 공기에 차가운 땅을 걸으니 왠지 상쾌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간단한 샤워 후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10시간은 내리잔 듯했다. 항상 힘든 아침 기상도 어쩐지 상쾌했다.

두 번의 맨발걷기 후, 소위 '팔랑 귀'를 가진 본 기자는 플라시보 효과를 몸소 느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그 효능인가. 척추 인대가 늘어나고 요추에 염좌가 발생해 고생하던 와중 도수치료와 맨발걷기를 병행하니 통증이 다소 줄었다. '맨발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지인들에게 추천한다는 이야기도 실감했다. '맨발러'들의 행렬에 들어서면서 어느덧 지인들을 만나는 족족 "나와 함께 맨발로 걷지 않을래?"라고 물어보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친구와 수성못에서 저녁 식사 겸 간단한 맥주를 마시고 산책을 하기로 했다. 맨발걷기 명소로 이미 유명한 곳이었다. 9㎝의 높은 구두를 벗어드니 자유로움 마저 느껴졌다. 신발을 신지 않으니 발목은 더 무리가 없다. 좀 더 낮은 시야로 내려왔지만 오히려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쭈뼛거리던 친구도 "나도 한번 벗어볼까" 망설이다 신발을 벗어들었다. 느낌이 이상하다던 친구도 곧장 잘 걷는다. 함께 걸으니 잃어버린 동심마저 찾은 듯했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두 시간을 맨발로 걸어보며 느낀 점은 기분이 좋다는 것. 실제로 몸에 미치는 과학적인 효능은 알 방법이 없으나 맨발로 지구를 디딘다는 것은 기분을 환기하기에는 충분했다. 눈치 보지 않고 신발을 벗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맨발걷기 동참 의사 1000%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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