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전 대상 ,정지윤 作 '감정노동자'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전 대상 ,정지윤 作 '감정노동자'
  • 배수경
  • 승인 2024.01.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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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감정노동자
 

웃음엔 그늘이 없어

숨을 곳이 없다

자면서도 나는

친절한 내 웃음에 찔린다

 

정지윤-프로필1
정지윤

[대상 수상 소감] 정지윤 “작고 힘없는 존재에 작은 희망 전하고파”

추운 날, 뜻밖의 당선 소식에 너무 놀랐습니다. 먹구름 속 햇살 한줄기 눈부시게 빛납니다. 기쁨도 잠시 당선의 영예가 주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평생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 쳤으나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말이 생각납니다. 젊은 시절 사진에 빠져 ‘결정적 순간’을 찾아 헤매던 날들이 스쳐 갑니다. 영하 15도가 넘는 날씨에도 설경을 찍으러 가고,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을 꼼짝없이 기다리기도 했던 날들은 행복했습니다. 

몇 년 동안 열정을 다해 사진에 매달렸지만 현실 세계의 중력은 이루기 힘든 꿈의 세계보다 더 강했습니다. 사진작가의 꿈을 접고 제 자리에서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잊은 채 살고 있음을 깨닫고 멈추었을 때 시가 찾아왔습니다. 경쟁과 속도에 밀려 미처 보지 못했던 하늘이 눈부시게 다가왔습니다. 바람은 향기로웠고 세상 만물이 다 말을 걸어왔습니다.

늘 가까이 있었지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함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결정적 순간이 시가 되었습니다.

사물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시적 감각을 사진 속에서 배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과 시의 만남은 매력적입니다. 한 장의 사진과 시가 만들어 내는 결정적 순간은 감동과 울림을 줍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입니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행복과 삶의 의미, 디카시가 주는 매력과 감동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화려한 문명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작고 힘없는 존재들, 오늘도 힘든 하루를 견디고 있는 분들께 작은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디카시의 발전을 위해 공모전을 마련해주신 대구신문과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지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2015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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