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길 난코스 ‘28밴드’ 끝나면 옥룡설산 성큼
차마고도길 난코스 ‘28밴드’ 끝나면 옥룡설산 성큼
  • 박윤수
  • 승인 2018.12.06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샹그리라를 찾아서 남조풍정도-리장-차마객잔
차마객잔으로 가는 길
남조풍정도서 차로 8시간 이동
나시객잔·28밴드 일정상 생략
어디서든 보이는 옥룡설산 장관
호도협 트레킹 코스
차오터우~중후탸오 16㎞ 구간
해발 5천여m 산 끼고 1박 2일
차마고도길 사이사이 객잔 마련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샹그리라를 찾아서 남조풍정도-리장-차마객잔

남조풍정도의 백족(白族) 가옥 2층은 손님들이 투숙하는 곳인데 여느 호텔처럼 방들이 구분 되어 있지 않고 넓은 공간에 얇은 칸막이만 있는 열린 공간이다. 코 고는 소리로 민감한 이는 잠을 뒤척이기도 한다.

이른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어 백족의 토속신앙인 본주(本主)를 모셔 놓은 본주 문화예술광장을 산책했다. 백족에게 본주는 수호신이며, 가정 및 마을의 안녕, 그리고 개인의 행복을 비는 대상이다. 본주는 한 마을 혹은 여러 부락에서 본주 신위를 모신 사당이나 신상을 지어 받들어 모시는 지역 수호신이며, 주민들은 일상의 생활에서 본주에게 감사하고 보호받는다. 그래서 백족 마을마다 우리의 마을 어귀의 서낭당처럼 본주가 있다. 그러다 보니 본주가 오백이나 된다(五百本主)는 말이 있다고 한다. 본주 신으로는 큰 나무나 큰 돌, 농업과 관련된 물속의 용왕 등 자연의 신, 남조국의 왕이나 고위관리, 외적을 물리친 장군, 조상 등 국가와 관련된 신, 그리고 신화나 전설에서 민족을 지켜온 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주 숭배는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에 영혼 또는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Animism)과 특정한 동물이나 나무에다가 공동체적 생명력이 응집되어있다고 생각하는 토테미즘(Totemism)이 혼재된 백족 특유의 종교 문화 현상이다.

본주 광장을 돌아 숙소로 돌아오니 현지인 주방장이 어제 마신 술로 지친 위장을 달래라고 아침으로 속풀이 해장국을 준비해준다. 이른 아침 호수 건너 선착장에 연락하여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왔다. 이곳에서 리장시내를 거치지 않고 외곽길을 따라 후타오샤(虎跳峽, 호도협)의 차마객잔(茶馬客棧, Tea Horse Guest House)을 향하여 8시간 정도 차량 이동을 한다.

엊저녁 다들 들뜬 기분에 과음을 해서인지 버스 안은 조용히 숨소리만 들린다. 따리에서 리장 가는 고속도로가 아닌, 옛 국도를 따라 중국의 옛 모습을 즐기며 시골길을 달려가다 점심식사를 위해 이름도 생소한 위구르인 식당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하는 지인이 주문해 준 음식들은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 무난히 먹을 수 있었다. 식사 후 마을 주변을 둘러보며 현지인들의 시장을 구경하고 저녁에 먹을 현지 과일과 음료도 구입했다.

호도협의노새들
호도협의 노새들.

호도협 초입 차오터우에 도착, 호도협 풍경구 입장료를 지불하고 12인승 버스는 객잔으로 가는 좁은 마을 길을 운행할 수 없어서 8인승 빵차(미엔빠오처, 식빵처럼 생긴 소형승합차)로 갈아탔다. 트레킹 일정이 촉박해 나시객잔, 호도협 28밴드를 생략하고, 차마객잔에 도착 짐을 풀었다. 차마객잔을 오르는 비포장 마을 길은 자칫하면 천길 낭떠러지 아래 진사강(金沙江) 흙탕물로 떨어질 듯한 아주 좁은 길이다. 이런 길을 처음 경험한 일행들은 오금이 저리다 못해, 숨을 크게 쉬지도 못하고 30분 정도 오르는 내내 차 안에서 기침 소리도 없다. 객잔에 도착하자 모두들 굳은 얼굴이 펴지며 화색이 돈다.
 

차마객잔에서본옥룡설산
차마객잔에서 본 옥룡설산.

차마객잔의 전망 좋은 2층에 여장을 풀고 28밴드를 구경하기 위해 산길을 30여분 걸었다. 가을이라 지천으로 열린 호두가 발길을 잡고, 모두 호두까기에 여념이 없다. 저녁 시간이 다가와 28밴드까지는 가지 못하고 객잔과 위룽쉐산(玉龍雪山)이 잘 보이는 전망바위까지 한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객잔 마당에 둘러앉아 위룽쉐산에 비치는 저녁 햇살을 보며 한담을 나눴다.
 

차마객잔
차마객잔 전망대.

나는 차마객잔에서 세번, 내일 지나게 될 중도객잔(中途客棧)에서 한번, 모두 네 번 이 곳을 방문했다. 처음에는 ‘춘향오빠’라는 블로그명을 가진 지인을 통해 큰아들과 함께 차오터우를 출발하여 차마객잔, 중도객잔을 지나 티나게스트하우스를 거쳐 로우패스를 걷다가 경운기엔진을 얻은 트럭을 타고 신춘을 지나 진사강(金沙江) 나룻배를 타고 따쥐(大具)를 거쳐 위룽쉐산, 리장으로 갔었다. 그때는 따쥐에서 우롱쉐산을 넘어 리장으로 가는 길에 입장료가 없어서 위룽쉐산을 무료로 구경하기도 하고 위룽쉐산의 고원을 트레킹 하기도 했었다.

두번째는 아내와 지인들과, 세번째는 대학교 건축과 선배들과, 또 한번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이렇게 네 번 이 길을 걷고 이곳에서 잠을 잤었다. 조금씩은 발전해 가지만, 그래도 옛 정취를 잃지 않고 있는 곳이다. 같이 간 사람들이 매번 바뀌다 보니 늘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10여년 전 이곳 호도협 트랙에는 외국인들이 많고 한국인들은 우리밖에 없었지만 점차 유명세를 타면서 리장을 찾는 관광객 중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제는 한국인들도 많아지고 특히 중국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호도협
호도협 하이패스.

호도협 트레킹은 차오터우에서 출발하여 걷거나 혹은 노새를 타고, 해발 5천596m의 위룽쉐산과 5천396m의 하바쉐산(哈巴雪山)을 양 옆에 끼고 중후탸오까지 16km 협곡의 사람 하나 겨우 비켜 갈 수 있는 길을 1박 2일 걷는다. 두 산이 갈라진 틈으로 진사강이 천둥소리처럼 포효하듯 흐르는데, 그 폭이 무척 좁아서 ‘호랑이가 뛰어넘는 협곡’이라는 뜻의 후타오샤라는 이름이 붙었다. 협곡은 크게 상후탸오(上虎跳), 중후탸오(中虎跳), 샤후탸오(下虎跳) 구간으로 나뉜다. 나시객잔과 차마객잔 천하제일의 화장실이라 소문났던 중도객잔 등 트랙의 적당한 거리마다 트레커들이 머물 만한 객잔이 있으며 계속 건축되고 있다. 객잔에서 세워 놓은 안내 글과 암벽에 페인트로 써 놓은 영문과 한문이 주요 길목에서 방향을 안내하기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차오터우에서 다랑논과 진사강 협곡을 바라보며 1시간쯤 걸으면 설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상후탸오에서 중후탸오까지 걷는 내내 오른쪽에는 위룽쉐산이, 왼쪽에는 하바쉐산이 따라온다. 1시간 더 오르면 나시 패밀리객잔이 나온다. 대다수 여행자는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식사 후 나귀를 타기거나 걸어서 2시간 정도 더 가면 최고의 난코스 ‘28 밴드’가 나타난다. 이름처럼 스물여덟 개의 구비구비 오름길을 돌고 돌아서 해발고도를 빠르게 높이는 오르막길이다. 해발 2천670m의 고갯길 정상에 도착하면 위룽쉐산이 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고, 낭떠러지 아래로 진사강이 흐르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우렁차게 들린다. 28밴드 정상은 음료수를 파는 할머니가 계셔서 음료수 한 병 사서 땀을 식히기도 하는 곳이기도 했었다.

정상을 넘어서서는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얕은 내리막과 조그마한 절 같은 곳을 지나 숲속 길을 걷기도 하고 마을 길을 지나 1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차마객잔이며, 중도객잔은 두 시간을 더 걸어야 한다. 이곳 객잔에서 밤을 보낸 트레커들은 다음날은 큰바위 얼굴을 지나 관음 폭포(觀音瀑布)를 지나쳐 급경사 내리막길을 통과, 목초지를 지나면 중후탸오 구간에 위치한 티나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여기까지가 후타오샤 트랙의 일반적인 루트이다.

3년 전 2월에 들렀을 때 큰아들과 함께 차마객잔 벽에 붙여 놓았던 명함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다가 강릉시청에 근무하는 고교 동창 명함이 눈에 뛴다. 먼 타국, 이 깊은 산중에서 대하는 친우의 이름이 무척 반갑다.

이윽고 저녁 시간, 한가로운 객잔 마당에 이곳의 명물 오골계 백숙 2마리를 놓고 일행 모두 둘러앉아 포식한다. 더불어 나온 피자까지 이국적인 음식들이 하바쉐산의 산허리 차마객잔에서의 정취를 더한다. 식사를 마치고 발코니에서 따뜻한 차한잔을 마시며 달빛아래 병풍처럼 펼쳐진 위룽쉐산을 바라보며 하바쉐산 품안의 밤은 깊어 간다.

<여행칼럼니스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