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샌드플라이 포인트’…53㎞ 트레킹 마침표 찍다
반가운 ‘샌드플라이 포인트’…53㎞ 트레킹 마침표 찍다
  • 박윤수
  • 승인 2018.11.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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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클린턴 헛~민타로 헛
잦은 비에 계곡물 범람 우려
산중 작은 폭우 대피소 마련
산장 주변 헬기로 생필품 전달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뉴질랜드 남섬 여행과 밀포드 트레킹<7>밀포드 트랙

밀포드 트랙 2일째. 새소리에 일찍 일어나 햇반으로 아침을 마치고 80리터 등산배낭을 메고 나선다. 오늘도 어제처럼 부슬비가 내려 우의를 걸치고 길을 나선다.

오늘은 클린턴 헛에서 민타로 헛(Mintaro Hut)까지 16km, 고도 600m, 7시간 예정이다. 클린턴 강을 따라 걷는다. 싱그러운 숲속의 잘 다듬어진 길을 걸어 히레레 대피소(Hirere Shelter)를 지나 히레레 폭포에 도착했다. 깎아지른 듯 수직으로 솟아 있는 꼭대기에서 빙하가 녹아 떨어지는 수백 미터의 폭포를 감상한다. 조금 더 걸어가니 히든 호수(Hidden Lake)가 트랙에서 조금 벗어난 숲속에 숨어 있다. 프레리 대피소(Prairie Shelter)에서 점심으로 장칼국수를 끓이고 알파미로 밥을 해, 천상의 경치 속에 앉아 식사를 했다.

점심을 한 후 걸어 가다보니 ‘버스스톱(BusStop)’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이 산중에 웬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소처럼 생긴 조그마한 대피소다. 이곳은 폭우시 급격히 물이 불어 계곡을 덮치는 곳이어서 비가 많이 올 때 대피하라고 만들어놓았다. 버스스톱을 지나자 너덜길이 나온다. 너덜지대를 건너 가이드투어 숙소 폼폴로나 롯지(Pompolona Lodge) 지나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민타로 헛이 있다.

멀리 절벽에 가는 실처럼 많은 폭포들이 있다. 바람이 불면 떨어지던 폭포수가 다시 하늘로 흩날리듯 올라간다. 트랙 가까이 있는 퀸틴 폭포(Quintin Falls)를 구경하고, 클린턴 헛을 출발한 지 약 7시간 만인 오후 3시30분에 민타로 헛에 도착했다.

산장에 들어서니 산장 벽에 등산화가 가지런히 걸려 있다. 등산화를 현관 바닥에 놔두면, 이곳에 사는 키위새가 밤사이에 물어갈 수 있어 벽에 매달아 두라고 한다.

맥키논고개
맥키논고개 정상.

간단히 저녁을 하고 비가 그친 산장 주변을 산책한다. 가까이 있는 호수에서 맥키논 패스가 보인다고 해서 가 보니 구름이 정상부를 가리고 있어 볼 수 없었다. 헬기 소리에 눈을 돌려 보니 민타로 헛 인근에 레인저들의 부식과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한 헬리포트가 있다.
 

엘리엇산
비가 갠 앨리엇 산.

사흘째, 민타로 헛~덤플링 헛
운무 뚫고 맥키논 정상 도착
‘雪 모자’ 쓴 엘리엇 산 감탄
높이 580m 서덜랜드 폭포
날카로운 바위에 수영 포기

밀포드 트랙 3일째. 오늘은 민타로 헛에서 덤플링 헛(Dumpling Hut)까지 14km, 약 7시간, 서덜랜드(Sutherland) 폭포 왕복 1시간 30분을 포함해 8시간 30분 예정이다. 아침 7시 50분에 출발해 밀포드 트랙 중 가장 힘든 산길을 올라간다. 비는 그쳤으나 운무로 몇 걸음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에 100여명이 걷는 길이고 특히 가이드팀과는 1시간 이상 차이가 있기에 트레킹 중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오름길을 통과하여, 운무 속 맥키논 패스(Mackinnon Pass 1,154m)에 도착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나섰으나 세찬 바람에 추워서 정상에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다. 정상을 지나 10여분 거리의 맥키논 대피소에서 제공되는 따뜻한 물로 차를 한잔 마시고, 몸을 녹여 하산길에 나선다. 구름이 걷히자 환상적인 엘리엇 산(Mt Elliot)의 풍광이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산의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일행 모두 멋진 포즈로 추억을 남긴다. 가파른 경사를 내려와 폭포를 건너는 데크 계단을 딛고 밀포드의 아름다운 산들을 구경한다.

산을 다 내려 올 즈음에 앤더슨 캐스케이드 대피소(Andersons Cascade Shelter)가 있다. 무사히 맥키논 패스를 지났다는 안도감에 잠시 휴식을 취했다. 퀸틴 롯지 앞 대피소에서 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짐을 둔 채 서덜랜드 폭포로 향했다.
 

서덜랜드폭포
서덜랜드폭포.

높이 580m의 2단 폭포인 서덜랜드 폭포는 많은 수량으로 웅장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폭포수 안으로 젊은 남녀 한 쌍이 수영복 차림으로 들어간다. 나도 옷을 벗고 내의차림에 폭포로 뛰어들었다. 물은 생각보다 차지는 않았지만 바위들이 날카로워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 금방 물 밖으로 나왔다. 폭포에서 돌아와 발걸음을 재촉했으나 해거름 녘에야 덤플링 헛에 도착했다. 산행의 피로를 덜기 위해 인근 강가에서 간단히 몸을 씻고 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시간에는 쌀쌀해서인지 지킴이들이 산장의 벽난로에 불을 지펴 놓았다.
 

산장
산장에서는 트레커들을 대상으로 내일의 날씨와 각종 주의 사항 등을 브리핑해준다.

모든 산장에서는 저녁 식사 후 트레커들을 불러모아 내일의 날씨와 각종 주의 사항 등을 레인저들이 브리핑한다. 숙소에 누워 있으면 일일이 찾아다니며 참석을 독려하기도 한다. 트레커들의 안전을 위하고, 트랙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일이다.

나흘째, 덤플링 헛~샌드플라이
맥케이 폭포·포세이돈 크릭
절경 끼고 걷다보니 종착지

뉴질랜드 10일차, 밀포드 트랙 4일째이자 트레킹의 마지막날이다. 숙소에서 샌즈플라이 포인트(Sandfly Point)까지는 18km, 약 6시간이 걸린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간단히 누룽지로 조식을 하고 출발해 정오쯤 밀포드 트랙 전 구간 53.5km(33.5Mile)을 완주, 샌드플라이 포인트에 도착, 배로 밀포드사운드 선착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혹시 배 시간에 늦을까 싶어 해뜨기 전 산장을 출발했다. 밝은 달빛 아래 손전등을 켜고 걷다 보니 어느덧 환하게 햇살이 들고 맥케이 폭포(Mackay Falls)에 도착해 잠시 쉰다. 다시 무성한 숲속을 걸어 포세이돈 크릭(Poseidon Creek)의 절경을 마주한다. 트레킹의 마지막 날 여러 폭포와 현수교, 맑디 맑은 개울을 건넌다.

밀포드 트랙 안내 책자에 있는 자이언트 게이트 폭포(Giant Gate Falls)의 아름다움에 걸음을 멈춘다. 폭포 앞의 현수교에 일행들 모두 서서 기념사진을 찍어 본다. 개울 중간까지 들어가면 멋진 그림이 나올 듯한데 갈 길이 바빠 제대로 찍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강을 따라 걷는길, 절벽을 깎아 만든 오솔길, 아름다운 숲길을 걷고 아다(Ada) 호숫가로 내려가 물에 잠긴 고사목을 구경하며 걷기도 한다. 트랙의 마지막 길은 잡목으로 우거져 풍광을 볼 수 없다. 지루한 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트레킹의 종착지를 알리는 돌탑 위에 샌드플라이 포인트(SandFly Point) 33.5마일의 표지판을 만난다. 밀포드 트랙 여정의 끝이다.
 

샌드플라이
밀포드트랙 종점.

샌드플라이 포인트 대피소 안에서 버너를 꺼내 라면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무사히 완주 했다는 안도감에 여유롭게 주변을 걸어 본다. 선착장만 덩그러니 있어 오갈 데가 없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완주를 기념해 물에 들어갔다가 샌드플라이의 공격을 받아 귀국 후에도 고생하기도 했다.

트래커 천국 밀포드 인기 비결
하루 입산 단 100명으로 제한
레인저, 산장서 주의사항 안내

샌드플라이 포인트 선착장에서 트레커들을 실어 나르는 20인승 보트를 타고 십여 분 만에 밀포드사운드 선착장으로 귀환했다. 퀸즈타운 키위여행사에 미리 예약한 버스를 타고 테아나우를 거쳐 다시 퀸즈타운으로 돌아왔다. 할머니 버스기사는 버스에 승차한 관광객 그리고 막 트레킹을 마친 트레커들을 위하여 퀸즈타운으로 돌아오는 내내 쾌활한 목소리로 안내 방송을 한다.

퀸즈타운에 도착해 키위여행사에 맡겨놓은 짐을 찾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호텔로 이동, 짐을 정리하고 며칠 만에 온수로 샤워를 했다. 편안한 복장으로 슬슬 걸어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최고등급의 소고기와 뉴질랜드 명물 초록홍합 그리고 맛난 와인으로 트레킹 완주를 자축하는 파티를 했다. 파티를 마친 후 오랜만에 포근한 침대에서 단잠에 빠져들었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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