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관찰사 한번 하면 7대가 배 두드리고 산다더라”
“경상관찰사 한번 하면 7대가 배 두드리고 산다더라”
  • 이대영
  • 승인 2019.01.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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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감영 대구로 옮겨오면서
선비정신 자리에 관존민비 둥지
부패된 공직사회는 계급이 깡패
지성인들도 ‘침묵의 카르텔’ 동조
고담시티 대구·절망의 도시 등
온갖 오명에도 반성 하나 없어
‘평화로울 때 위기를 생각하라’
옛 선인 말씀 되새겨야 할 때
이대영소장그림
이대영 소장의 대구읍성 스케치.

 

이대영의 신 대구 택리지 - (3) 대구의 고질병

◇국 속 국자는 정작 국 맛을 모른다

대구시의 문제점은 대구시 지도자가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겠지만 아니다.

불교 스님의 화두에 “국속 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湯裏勺不知其味)”는 말이 있다. 전문가일수록 산부인과 의사처럼 한 구멍만 보기에 전문가의 저주(curse of experts)라는 말이 생겨나고 있다. 오래 경험해 봤다는 당연함과 익숙함 속에서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좀 유식하게 소동파(蘇東坡, 1037~1101)의 ‘제서임벽(題西林壁)’이란 시 구절을 인용하면, “여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는 까닭은 단지 이 몸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라네.” 이런 사실을 무시하면, 최고전문가, 행정달인 혹은 엘리트라고 자타 공인하는 사람에게 저주의 콩깍지가 달싹 덮씌워진다.

미국 수정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는 주식투자에서 실패를 했다. 아주 가깝게 자칭 경제전문가 시장님이 대구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나무시장님이 되었다. 대기업 CEO출신 대통령도 낙수효과경제(落水效果經濟)를 외쳤으나 국민들에게 체감시키지 못했다.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대구를 살펴본다면, 첫째로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는 올곧음은 유남유림의 선비정신이다. i) 이득을 챙기기 전에 정의로운 지를 먼저 생각한다(見利思義). ii) 국가의 위험을 보고선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는다(見危授命). iii) 옳은 일이라면 꺾어질지라도 굽히지 않는다(寧折不屈)였다.

그러나 경상감영(慶尙監營)이 대구로 옮겨오면서 왜곡된 감영문화(監營文化)에 젖어 선비정신의 자리에 관존민비(官尊民卑)가 대신 둥지를 틀었다. 백성들도 쥐도 새로 모르게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고 뇌물을 바치는 진공문화(進供文化)가 터전을 잡아왔다. 1980년대 ‘대구에서 세무직, 위생직, 소방직 공무원 3명이 술집아가씨와 술을 마셨다면 누가 술값을 낼까?’라는 유머가 유행했다. 정답은 아가씨가 낸다. 술집주인은 접대할 좋은 기회였기에 공무원들에게 술값을 받아낼 재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역정서상 못 받음이 당연하다. 결국은 같이 술을 마셨던 아가씨가 내야 한다.

지금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지난해 2017년 대구시의 청렴도는 5등급으로 하위를 기록했다. 조선시대 관찰사 한 번 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3대가 편하게 산다는 말이 유행했으나, 경상관찰사 한 번 하면 7대가 배 두드리고 산다고 했다. 그래서 제상직급 고관대작들이 이곳으로 다퉈 내려왔다. 지금도 경상감영공원 비림에 존치된 29개 선정비에 ‘상국(相國)’(승상 보다 높은 최고의 관직)이라는 직함이 19명이나 된다. 1980년 초까지만 선화당(宣化堂) 가운데 기둥에 영조의 친필하명인 “자네가 받고 있는 녹봉은 백성의 살이고 피라네. 아랫것이라고 속이기 쉽지만, 하늘을 속이지 못할 것이네(爾俸爾祿, 民膏民脂.下民易虐, 上天難欺)”라는 현판이 주연(柱聯)으로 걸려 있었다.

대구의 둘째 모습. 옛 선인들은 남자가 한 말은 천만 같이 중히 여겼다(男兒一言重千金). 그런데 요사이 지역정치인들의 말씀과 행동을 시적으로 표현하면 ‘풍선껌 씹으시는 것’ 같다. 시위하는 시민에게 “개가 짖어도 마차는 간다”라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의 명대사까지 인용해 막말 정치개그까지 하신다. 한 때 우리 지역에 유행했던 “우리가 남이가?”이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국가지도자를 빗댄 건배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곳 여성들은 살찌는 것도 정치를 못 해 스트레스가 쌓여서 살이 쪘다고 남탓을 했다. 이 지역의 소수여론은 대류에 휩쓸려 여지없이 매몰되었다. 이런 언행이 자승자박한다는 사실을 아시는 지성인들도 ‘침묵의 카르텔(cartel of silence)’에 동조했다. 그 결과 대구공직사회엔 한 마디로 계급이 깡패였고, ‘백성은 개돼지!’ 발언은 영화 속 대사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셋째로 지역정서가 물밑 빙산을 형성했다가 조각조각 분출된 것이 바로 1995년 4월28일 지하철 제1호선 상인동 공사현장 가스폭발사고다. 2003년 2월18일 지하철 제1호선 중앙역 참사현장에서 기관사는 자기만 살겠다고 열차 문을 담그고 열쇠는 빼버리고 도주했다. 가깝게는 2·28민주화의 숭고한 정신도, 멀게는 1907년부터 1908년에 이곳에 활활 타올랐던 국채보상의 애국충렬은 휘발되었다. ‘배트맨(Batman)’영화 속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고담(Gotham)이었다. 이렇게 고담대구(Gotham Daegu)가 대외적 애칭이 되었다. 중앙 모 언론에서 ‘성장이 멈춘 절망의 도시 대구’라는 야박한 평가를 해도 반성이나 바뀐 것 하나 없다. 참으로 요지부동이 신기하다.

◇이젠 건전한 위기감 하나씩 갖자

대구시 공직사회는 관존민비사상(官尊民卑)에 세뇌되어 있다. 중국 장가계(張家界)처럼 별유천지인 대구공직사회는 상명하복(上命下服), 조직내부에 관존민비(官尊民卑), 5연(학연·혈연·지연·고시연·취미연) 유유상종(類類相從), 조직에 매운 맛 보이기, 부하직원요리, 안면행정(顔面行政) 등으로 계급깡패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단순한 조직부패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정효율성(생산성), 지역사회청렴도, 복지사회발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 마디로 ‘관료제는 젊은이들의 꿈, 희망, 열정까지로 끌어다가 땅에 묻는 장의사’라고 했던 미국 모대학교 행정학교과서 서문 구절이 대구시 공직사회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대구MBC ‘시사 톡톡’에서 대구 미래플랜 필요성에 대한 좌담회를 가졌다. 당시 문제점으로 제시한 건 i) 중앙프레임(사고)에 의존, ii) 정치와 행정은 30년 전 레코드 다시 틀기, iii) 침묵의 카르텔 형성, iv) 행동은 하지 않고 입으로 ‘남 탓만’ 하는 NATO(not action, talk only) 현상이 대구고질병이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도시의 품격이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요사이 베스트셀러인 ‘말의 품격’에서 처방전을 찾는다면, i) 들어줌으로 마음을 얻는다(以聽得心). ii)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말로 그려진다(言爲心畵). iii) 말이 적으면 우환이 없다(寡言無患). iv) 큰 소리쳤으나 너무 싱겁게 끝난다(大聲淡淡). v) 말의 씨앗은 반드시 그 결실을 맺는다(言種必果). vi) 말의 새끼줄은 자신의 몸을 단단히 묶는다(言索羈己).

대구사회공직자나 지역지도자는 이제 속칭 ‘화원교도소 담당 타기 곡예’를 그만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의 그늘인 10년 장기경제침체를 벗어나고자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일본은 전국적으로 ‘건전한 위기감을 갖자(健全な危機感持つ)’는 운동을 전개했다. 현실적인‘절박한 위기감(切迫した危機感)’을 당하기 전에 예방접종용 예방주사를 마련해 혁신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위험회피(risk hedging), 상황시나리오 대응, 비상연착륙(soft-landing), 출구계획, 비상기획 등으로 유비무환의 기틀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위기가 눈앞에 닥치더라도 타조증후군(Ostrich Syndrome)에 빠지지 않고자 사전에 최악을 대비해 i) M&A시 적과 동침(sleep together with enemy) ii) 금선탈각(金蟬奪殼), iii) 공성계(空城計: 트로이목마, 승자저주) 등을 마련했다.

이제 대구도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서 ‘평화로울 때 위기를 생각하라(居安思危)’는 선인들의 말씀이 고리타분하다면, 4세기 로마의 전략가 베제티우스(Flavius Vegetius Renatus, 450년이전)가 했던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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