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금호잠용’…달구벌 혼 되살려 지구촌에 비상하라
꿈틀대는 ‘금호잠용’…달구벌 혼 되살려 지구촌에 비상하라
  • 이대영
  • 승인 2019.01.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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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물의 근원 중 하나인 ‘물’
우리나라, 옛부터 강을 용에 비유
금호, 낙동강 향해 나아가는 용의 몸
신천·동화천·달서천·팔거천이 사지
4개 하천 살려 인공호수 만든다면
‘동양의 베니스’ 조성 가능할 수도
이대영소장그림
 

 

이대영의 신 대구 택리지 - (4) 깊은 샘에 흐르는 물

태초에 한 방울의 물이 있었나니!

2000년 12월10일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군나르(Gunnar Berge, 1940~) 위원장은 “태초에 두 방물의 물방울이 있었나니. 첫 번째 물방울은 용감했다. 마지막 물방울은 모든 것을 다 만들었다”고 한국 김대중 수상자를 축하했다.

이 시(詩)는 로알트크반(Gunnar Roaldkvam, 1951~)의 ‘마지막 물방울(The Last Drop)’이다. 고대 그리스 탈레스(Thales, BC 624~547)철학에서 우주만물의 근원(사원소)을 물(water), 불, 공기 및 흙으로 봤고, 동양의 음양오행에서 물(water), 중세연금술에서도 물(water)을 삼원소로 봤다.

이중환(李重煥)의 인문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에선 ‘인간이 먹고사는 젖줄인 물길(生利乳腺)’을 논하며 배산임수(背山臨水)는 여성(女性)으로 봤고, 대구처럼 물길에 물산을 좌우하는 지형을 ‘물을 얻으면 하늘에 승천하는 용(得水昇天之龍)’에 비유했다.

지난 2016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대한교수협회에서 ‘민수군주(民水君舟)’를 선택했다. 그해 가장 인구회자(人口膾炙)했던 말이 물(미르), 바로 ‘미르재단’이었다. ‘미르(mir)’란 말은 신라어로 물(水)이다. 지명으로 안동과 경산에 ‘미르길(물길)’이 남아있고, 접두어 ‘무’ 혹은 ‘미’로 남아 미나리, 미리네(은하수), 미꾸라지, 미더덕, 미르나무 등에 사용되고 있으나, 일본어에서는 ‘미즈(みず)’로 거의 원형 가까이 남아있다. 영어에서는 ‘미르(mir)’원형을 그대로 아주 많이 간직하고 있다. 물웅덩이(mirror)를 얼굴이 어린다고 ‘거울’로, 물속에 비취는 신비한 풍경(miracle)을 ‘기적’으로, 사막지평선 위에 신비한 풍경이 보이는 걸(mirage)을 ‘신기루(蜃氣樓)’로, 물가 혹은 늪(mire)을 ‘습지’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미르(漢江) 섶에 천도한 조선이 ‘꿈틀거리는 강물을 승천하는 용’으로 상징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서부터 ‘미르용(龍)’이 시작됐다. 어릴 때 시골 글방, 천자문에서‘미르 용(龍)’이라고 배웠다. 뿐만 아니라, 동양의 제왕서(帝王書)였던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는 “백성은 물, 국왕은 배,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고 적혀있다.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의 집안에는 자신이 용이 되겠다는 포부를 “물들어 올 때 배 띄워라(水到泛舟)”라는 휘호액자에 담아 걸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는 선인들의 말씀을 빌리면 “물은 두 손 모아 고이 받들어야 손바닥에 머물지만, 조금만 움켜쥐고자 했다간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고 하나도 남지 않는다”라는 의미이다.

◇ 공룡이 우글거렸던 청구금호(靑丘琴湖)

이곳 달구벌은 1억4천만 년 전에 백두산 하늘 못(天池)보다도 13배 규모의 달구벌호수가 있었고, 수천 마리의 공룡들이 우글거렸다. 하늘을 나는 익용(翼龍)은 물론 땅위를 달리는 사용(蛇龍)들도 살았다는 흔적이 고산골, 수성교 아래, 노곡동 금호강 섶에 공룡발자국과 알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선인들은 이를 통칭해서 ‘금호잠용(琴湖潛龍)’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금호강에 모여드는 신천(新川), 동화천(桐華川), 달서천(達西川)과 팔거천이 공룡의 사지 모양이고, 금호는 낙동강을 향해 나가는 거대한 용의 몸집이 되고 있다. 여기에 연유한 지명이 와용산(臥龍山, 295m)이 있었다.

금호잠용(琴湖潛龍)은 한때 대륙침략의 병참기지산업의 기반으로 근대화산업의 산실에 산업용수를 공급하여 왔다. 한반도 내륙분지에 위치한 대구의 지정학적 위상에 미래자원으로가치는 더욱 크다. 팔공산 아가씨의 치마폭인 산록수변(山麓水邊)의 자원과 금호강 섶의 집성촌(성씨고향), 재실, 서원 등의 달구벌의 혼과 얼을 되살린다면 지구촌에 비상하는 용이 될 것이다.

금호잠용의 사지에 해당하는 4개의 하천을 살리고, 동시에 화담(꽃소)~섬들(하중도)~해랑 아가씨 다리를 이어 인공호수를 만든다면 경주보문지의 3배나 되는 동양의 베니스(Oriental Venice)를 만들 수도 있다. 이왕에 낙동강까지 이어 거대한 한반도 최대의 달구벌용을 만든다면 지구촌을 웅비할 수 있다.

2016년 현재 지구촌 800조 원 잠재수요와 매년 3%의 성장률을 자랑하는‘물 산업(water industry)’에 대구시가 도전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건 지정학적인 시대적 사명을 간파한 것이다. 지구촌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물은 필요하다. ‘물이 좋은 도시(good-water city)’ 대구를 만든다는 건 수지맞는 장사다. 국가 물 클러스터(64만9000㎡)에 100개 업체, 연구시설 및 실증화 단지(test bed)까지 갖춰 우리나라 물 산업의 메카(Mecca of water industry)가 되겠다는 야심작이다. 그렇게 꿈을 디자인한다면 나머지는 빈틈없는 행동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은 많은 어려움이 분명히 기다리고 있다.

◇ 물 산업, 황금초침을 작동시키는 맞물린 톱니바퀴들

지난 2003년 5월 화물노조파업과 6월 철도파업으로 물류대난이 일어났다. 당시 남북한 군사적 대치상황이었기에 긴급운송대책을 마련해 추진했으며 천만다행으로 잘 끝났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K2 등 군사공항에 F15 전투기가 항공유 부족으로 못 떴다. 이렇게 세상만사는 아날로그 손목시계처럼 수많은 톱니바퀴로 맞물려 있다. 한 마디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기상카오스이론의 로렌츠(Edward Lorenz, 1917~2008)가 ‘브라질 나비날개의 퍼덕거림이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출발시킨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말했다. 경제학들은 이런 인과관계 혹은 연관관계를 활용해 산업연관분석을 하며, 고용창출효과, 부가가치창출효과 등의 계수(지수)까지 산출한다.

마치 아날로그 손목시계의 맞물린 톱니바퀴(cog-wheel)처럼 서로 이빨을 맞춰 움직인다. 과거 개복수술(開腹手術) 전문의들이 말한다. “인체의 모든 뼈들이 맞물려 있어서 한 번에 열 수 없고 수십 번 반복해야 가슴뼈를 벌릴 수 있다”고. 대구시의 물 산업이 수많은 기존산업과 맞물려 돌아가야 성공할 것이고, 기계설비, 생체화학, 지식경제, 문화지식 등의 기존산업을 모태로 해야 신생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신생물산업과 기존모태산업의 방향, 속도, 규모 등에서 이빨이 맞지 않으면 피벗기어(pivot gear)에 해당하는 시스템(산업, 각종제도, 조직 등)을 제작해 맞춰야 한다. 이런 걸 지역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이 해야 한다.

지금 대구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유치하기 위한 정치논리(politic logic)에만 매몰되어 있다. 기존 산업단지의 재생·혁신사업 등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모태산업(native basic industry)의 자양분으로 신생산업이 성공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대구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산업단지 이외 유사한 산업클러스터를 포함하면 20여개의 산업단지로 산단 백화점을 만들었다. 사실 지역정치에 가장 생색이 난다고 산업유치에 우선하다가 나중 후손들은 유지관리에 골병이 들 것이다. 중국속담에 ‘성을 쌓기는 쉽다. 성을 지키기엔 사람이 죽는다(築城易守城難)’고 했다. 진정으로 물 산업에 욕심을 내고자 한다면, 먼저 ‘물 좋은 대구’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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