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반긴 건 붉은 마그마가 아닌 코 찌르는 유황냄새
날 반긴 건 붉은 마그마가 아닌 코 찌르는 유황냄새
  • 박윤수
  • 승인 2019.05.09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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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짜리 ‘다나킬 2박3일 투어’ 예약
전세계 활화산 중 유일하게 체험 가능
모래땅, 자갈길, 돌산 묵묵히 걷다보니
비행기에서 읽은 단테의 ‘신곡’ 떠올라
분화구서 ‘불덩이’ 못 봐 크나큰 아쉬움
낙타
짐을 실어나르는 낙타. 묶어놓는
방법이 특이하다.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아프리카2,  메켈레-다나킬 투어

 

아프리카라는 생각에 많이 더울 것이라 짐작 했는데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이곳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천400m에 위치해 있어 사계절 쾌적하며 비가 오는 날에는 쌀쌀하다고까지 한다. 정오경 아디스아바바를 출발한 80인승 프로펠러 항공기는 한시간 반쯤 780km 북으로 날아 메켈레공항에 도착 했다. 에티오피아의 관광시즌이 끝나가는 시기라서 30, 40명이 내린 공항은 시골의 간이역처럼 한가하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잠시 공항에 앉아 의논하다가 일단 메켈레시내의 ETT(Ethio Travel and Tours)라는 여행사로 가기로 했다. 공항 바깥에 나가보아도 흔한 택시 한 대 없다. 다시 공항 내로 들어 와서 가게에서 시내까지의 택시요금을 먼저 확인해 본다. 일단 통용되는 택시비를 알고 나면 조금더 주더라도 공정여행이 아닐까? ETT 여행사로 간다고 하니까 공항 주차장의 여행사 셔틀주차장으로 안내해준다. 메켈레 지역의 가장 큰 여행사라서 지역민들과 많은 유대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당초 에티오피아 도착해서 아디스아바바의 ETT여행사를 찾아 메켈레행 항공 및 다나킬(Danakil) 투어를 예약하려고 한국에서 E-Mail을 보내고 왔으나, 아디스아바바공항에서 바로 이곳 메켈레공항으로 왔는데 어떻게 알고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십여분 잘 포장된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려 메켈레시내 ETT여행사 사무실에 도착(Milano호텔 1층)했다. ETT에서 다나킬 2박3일 투어를 예약(300$)하고 저렴한 숙소(1박 10$)를 소개 받고, 늦은 점심을 하러 갔다. 여행사에서 소개해준 음식점인데 내가 사가지고 간 여행 책자에도 좋은 음식점이라고 되어있었다. 아침 비행기에서 내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음식을 먹을 곳이 없어 허기가 져 있어서 햄버거(80Br, 삼천원)를 맛나게 먹었다. 맛있게 먹은 대용량의 햄버거가 다나킬 투어를 끝내고 메켈레를 떠나며 장염에 걸려 4일을 고생한 단초였다.

식사를 끝내고 시내의 숙소로 옮겨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해거름쯤 숙소를 나와 메켈레 시내를 이곳 저곳 다니며 그네들의 삶을 느껴 본다. 동양인 세 사람이 걸어다니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니까 되려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듯 많은 관심을 보이며 웃기도 한다. 가까운 수퍼에 들러 먹을 물도 사고 현지 물가도 확인해 본다. 번화한 사거리의 음식점으로 들어가 저녁 요깃거리를 찾아본다. 에티오피아 음식인 티브스와 인제라(80Br)를 주문했다. 얇게 편 밀가루 전 모양을 한 시큼한 맛의 인젤라는 소천엽같기도 하다. 여기에 야채와 소고기 볶은 것을 올려 뜯어서 싸서 먹는다.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는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듯 가로가 많이 어두웠다. 메켈레는 해발 약2천100m에 위치한 도시로 평균기온이 최저 16도에서 27도 사이이고 연간 강수량은 700mm 정도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게 느껴진다.

새벽 4시45분 이슬람 사원의 아잔소리가 시내에 퍼진다. 에티오피아 국민들의 종교는 이슬람 34% 에티오피아정교 44% 기독교 2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에티오피아계 유대인들도 있었다. 1991년 5월24일 오후 4시45분, 세계의 이목이 텔아비브 공항에 쏠렸다. 검은 유대인들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세기 중 후반, 영국인 선교사들에 의해서다. 안식일을 비롯해 히브리 성서의 각종 금기와 고대 유대교 신앙을 온전히 지키며, 에티오피아 이슬람교도와 기독교인의 견제와 박해 속에서 주로 산악지대에 살며 자신들을 ‘마지막 유대인’이라 여겼던 종족. 언젠가는 구약에 나온 대로 조상의 땅, 예루살렘으로 귀향하리라는 ‘약속’을 3천여년간 믿었던 종족이다.

가장 먼저 이스라엘로 돌아간 시기는 1984년 11월. 에티오피아에 기근이 들자 이스라엘은 한 달 보름 동안 ‘모세 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검은 유대인 8천여명을 구해냈다. 1985년에도 수단의 내전이 격화하며 에티오피아 국경지대의 유대인 촌락이 전멸 위기에 빠졌을 때 494명을 항공편으로 빼냈다. 1991년 에티오피아 내전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아디스아바바의 이스라엘 대사관은 정부와 협상 끝에 몸값 3천500만 달러를 주고 이들을 이스라엘로 데려간다는 협약을 맺었다. 몸값은 미국 유대인 자선단체가 단 3일 만에 걷었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반군 측과도 교섭해 검은 유대인의 송환작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언약을 받아낸 뒤 ‘솔로몬 작전’을 실행했다. 이스라엘이 동원한 비행기는 군대의 C-130 수송기와 B-747 점보 제트기 35대, 많을 때에는 28대가 동시에 하늘에 떠 있을 정도로 36시간 동안 이스라엘로 데려 온 인원이 1만4천325명이었다고 한다.

오전 7시 숙소에 모여 가져간 라면으로 아침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아무려서 오전 9시경 ETT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다나킬 투어를 출발했다. 우리 일행 3명에 일본인 젊은이가 1명 추가해서 일제 토요다 랜드크루즈에 몸을 싣고, 수건과 물휴지 그리고 침낭, 바람막이 등 가벼운 짐만 챙기고 큰 짐은 여행사에 맡겨놓았다.

다나킬은 에티오피아 북부의 사막지대이며, 지금도 마그마가 활동하고 있는 다나킬 함몰지(Danakil Despression)는 해수면 아래 13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오래전에는 홍해의 일부로 소금사막과 이스라엘의 사해 같은 소금호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세계 활화산 중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유황소금온천이 있는 달롤유황지대는 지구상에서 보기 드문 풍광을 연출하기도 한다.

2박3일 용암지대로 출발했다. 해발 2천100m 고지에서 해수면 아래 100m로 바깥기온 15도내의 쾌적한 곳에서 30도를 넘는 곳으로의 여행이다. 시내를 벗어나니 차량이 뜸하고 고도를 낮추며 계곡의 풍광을 즐기며 80km정도를 달려 오전10시15분 아발라(Abala)에서 잠시 커피타임을 갖는다. 즉석에서 끓여주는 커피는 뒷맛이 아주 부드러웠다.

에티오피아에선 커피를 ‘분나’라고 부른다. 분나는 은근한 숯불에 정성스럽게 볶은 커피를 절구에 빻아 ‘제베나’ 라고 하는 검은 토기주전자에 넣어 끓인 후 시니 라는 손잡이가 없는 작은 잔에 따라 마시는데 세 잔을 마시는 것이 예절로 되어있다. 첫 잔은 우정 두번째 잔은 평화 세번째 잔은 축복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휴게소
다나킬 투어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휴게소.


커피 한잔과 맥주 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으로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두 시간쯤 포장된 도로를 달려 휴게소랄 것도 아닌, 얼기설기 엮은 울타리에 천막을 덮어 놓은 식당에서 점심을 한다. 어느 사이엔가 차량이 스무대 가까이 늘었다. 다나킬투어의 전초기지인 듯하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후 20여대의 짚차가 다나킬 사막지대를 달린다. 비포장 사막지대를 80Km이상의 속도로 뽀얀 흙먼지를 날리며 질주한다. 길도 없는 길을 앞차의 먼지를 피하며 이리저리 잘도 찾아간다. 사막지대를 지나면 본격적인 용암지대를 만난다. 용암지대 약 2Km를 가는데 한 시간이 더 걸린다. 짚차는 흘러내린 용암을 타 넘으며 곡예하듯이 오후5시경 해수면아래 100m의 도돔(Dodom)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에르타알레화산의유황가스
에르타 알레 화산의 유황가스.



에르타 알레(Erta Ale)가 우리의 목적지다. 세계 유일의 마그마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에르타 알레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가스 연기가 보인다. 캠프에는 돌집(?)들이 여러 채 지어져 있다. 돌을 쌓고 나무를 얹고 둥그렇게 엮어 풀로 지붕을 대충 덮었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어둠이 캄캄하게 내려 앉은 8시경 산행을 시작한다. 약 세 시간을 걸어야 한다. 가지고 간 침낭은 매트리스와 함께 낙타를 이용해 운반하고 우리는 마실 물 2리터씩 가지고 칠흑 같은 밤, 길을 나선다. 매트리스, 침낭을 실은 낙타가 앞장을 서고 가이드와 총을 든 경호원과 함께 각자 챙겨온 작은 손전등에 의지해 산을 오른다. 푹푹 빠지는 모래땅을 지나 화산재의 자갈길도 지나면 본격적인 용암이 굳은 돌산이 나타난다. 기내에서 읽고 온 ‘단테의 신곡’에서 연옥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많은 이들이 묵묵히 걷는다. 거의 네시간쯤 걸어 분화구 옆 언덕의 돌무더기로 구획을 한, 오늘 밤 노숙을 할 곳에 도착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유황냄새만 코를 찌른다. 가이드가 매트리스와 침낭을 나누어주며 잘 곳을 정해준다. 유황냄새에 마스크를 하고 돌무더기 사이에 매트를 깔고 자리에 누웠다. 씻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자정이 넘은 시각 어서 밤이 가기만을 기다린다. 유황가스가 코를 찌르는 이런 곳에 그냥 맨바닥에 매트 하나 깔고 침낭 속에 들어가 하늘을 본다. 수많은 별들이 깔려 있는 하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새벽 네시 일어나라는 소리에 침낭에서 나와 침낭을 아무려 놓고 길을 나선다. 동이 트는 아침 언덕을 넘어 마그마가 있는 다나킬 에르타 알레 화산 분화구로 갔다. 유황가스만 가득 차 있다. 시뻘건 살아 있는 마그마를 보는 곳인데, 오늘은 틀렸다. 가스를 피해 채 여물지 않은 용암의 잔재를 딛고 일출을 본다. 해가 떠오르고 서둘러 하산길에 나선다. 밤에 정신없이 올랐던 그 길을 세시간여를 걸어 다시 캠프로 돌아와 늦은 아침을 먹는다. 살아 움직이는 마그마를 보러 나선 길이었는데 유황가스 가득 찬 분화구를 보고 여행이 끝났다. 마치 천지를 보러 백두산을 올랐는데 구름에 쌓여 천지를 보지 못하고 하산한 것처럼, 아쉬움이 남는 에르타 알레 투어였다. 다시 용암과 사막지대를 나와 이동한다. 지대가 낮아서 인지 에어컨을 틀어도 차안이 무덥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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