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의 두 얼굴, 한가위와 슈퍼문
보름달의 두 얼굴, 한가위와 슈퍼문
  • 승인 2015.09.2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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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학교장
추석이 되면 우선 보름달이 생각난다. 휘영청 밝은 둥그런 모양의 보름달 아래에서 소원을 기원하고 희망하는 것을 성취토록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다. 먼저 보름달을 봐야 재수가 좋다는 속설도 있다.

그래서 동산에 오르거나 언덕에 올라 동녘을 향해 솟아오르는 달을 보며 두 손을 포개어 가지런히 모아서 가슴에 대고 연신 허리를 굽히는 모습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낯설지 않다.

그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이기도 하고 서정성을 지닌 민화 같기도 하다. 다소곳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만약 흥얼거리기라도 한다면 우리의 어머니가 부르는 가슴속의 보름달에 대한 담시(譚詩)가 되기도 한다.

추석이면 볼 수 있는 이러한 모습은 그저 아름답다. 그냥 따뜻하다. 폭신폭신 포근하다. 가만히 기대고 싶다. 시공간을 넘어 눈이 시리도록 자꾸 보고프다.

추석의 다른 이름은 가배, 가우, 가위, 한가위, 팔월대보름, 가소 등으로 매우 많다. 추석을 신라에서는 가배(嘉俳)라 불렀다 한다. 가배는 신라 3대 유리왕 때에 8월 보름날에 길쌈내기에서 진 편이 이긴 편에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노래와 춤과 놀이를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때 진 편의 여자 대표가 일어나 춤추며 “모이소!(會蘇) 모이소!(會蘇)”하면서 놀이를 즐겼는데, 이 소리가 애처롭고 낭랑하여 후일 그 소리를 회소곡(會蘇曲)이라 하였다는 설도 있다.

또한 가배의 어원은 ‘가운데’라는 말과 진 편이 이긴 편에게 ‘갚는다.’라는 말이 변천을 거쳐 ‘가배’가 되었다고 유추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가위’에서 ‘한가위’ 등으로 불리게 되었단다.

뭐니 뭐니 해도 추석에 대한 한국인의 맥락은 풍요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다.

옛날엔 추석 때 올벼를 풋바심하였다. 풋바심은 채 익기 전의 벼를 베어서 떨거나 훑는 것을 말한다. 햅쌀을 조상께 올린다는 의미에서 가정에서는 우선 집 안의 가장 높은 다락에 놓여있는 성주단지에 채워 넣기도 했다.

추석은 햅쌀로 송편, 시루떡, 인절미 등의 떡을 빚었다. 차례 상에 빠져서는 안 될 조율이시(棗栗梨?)인 대추, 밤, 배, 감은 햇과일로 장만하여 차례를 지냈다. 특히 대표적인 추석 음식은 솔잎으로 찐 햅쌀 송편이다. 음식이 넉넉해지니 그만큼 마음도 풍성해지는 계절 명절이다.

열양세시기에도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하는 말이 있다. 음식이 풍부한 추석,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그기에 금상첨화로 보름달까지 훤히 비치니 얼마나 좋은가?

조선후기 유만공도 ‘대추 볼이 비로소 붉고 밤송이가 영그니/하얀 햅쌀밥에 토란국이 제 철이라네/집집마다 묘에 올라가는 것 한식과 같으니/달 밝은 한가위에 감개한 정이 일어나네.’하고 읊었다.

‘감개한 정’은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느낌이나 감동이 배어 나오는 것이다. 달 밝은 한가위에 예나 지금이나 감개하는 정이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은 우리민족만의 고유한 미풍양속이다.

요즘 언론에 ‘슈퍼문(Super Moon)’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달은 지구 주위를 타원형으로 공전한다. 공전하다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달이 가장 크게 보인다고 한다. 이를 슈퍼문이라 부른단다.

이 용어는 천문학에서 쓰이는 용어가 아니고 어떤 점성술사가 필요에 의해 만들었다고 한다. 천문학에서는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왔을 때를 ‘근지점’이라 한다.

서양에서는 보름달에 대한 의미를 늑대인간이나 미치광이(루너틱, Lunatic)와 같이 나쁘게 생각하는 문화를 갖고 있단다. 올해처럼 꽉 찬 보름달이 크게 뜨면 즉 슈퍼문이 되면 지구는 멸망한다고까지 믿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끔찍스럽다. 동서양의 문화 차이가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슈퍼문이 전문용어가 아니라면 ‘대형 보름달’ 또는 ‘초대형 보름달’ 등으로 한국식 해석을 하여 불렀으면 좋겠다. 즐거운 추석명절에 우리의 정서와 맞게 적합한 말로 표현되어 더욱 ‘감개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두 얼굴을 생각해본다. 우리 겨레의 전통인 추석이 슈퍼문과 같이 서양식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한가위 보름달은 변함없이 동산 위로 떠오른다. 그래도 집 안에서 슈퍼문을 감상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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