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도시 시에나에서 최근 열린 유서 깊은 전통 경마대회의 승자에게 수여된 깃발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상징을 한데 아우른 그림이 그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5일 보도했다.
시에나에서 최근 열린 연례 경마대회에서 승자에게 수여된 깃발인 `팔리오’에는 왕관을 쓴 성모 마리아의 그림과 함께 이슬람 경전 코란의 한 구절이 아랍어로 적혀 있다. 또 마리아의 왕관 한편에는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이, 반대편에는 유대교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레바논에서 태어나 이탈리아로 이주한 화가 알리 하순(46)의 작품으로, 그는 가톨릭 성인을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모습으로 그리는 등 서로 다른 종교의 상징들을 혼합한 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700년의 전통을 가졌으며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된 경마대회의 팔리오에 이같은 그림을 그린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극우파인 북부동맹의 기관지인 `라 파다니아’는 `이슬람의 손이 깃든 시에나의 팔리오’라는 제목의 헤드라인을 단 기사를 내보냈으며 일간지 `라 나치오네’도 2명의 시민이 “비기독교적인 이미지”의 그림을 막아달라며 대주교에게 보내는 서한을 실었다.
처음에는 하순의 그림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교회는 논란이 가열되자 성명을 내고 성모 마리아의 왕관 그림이 “문제가 있으며” 코란 구절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순은 “팔리오의 그림은 영성 전반과 3개의 유일신 종교들(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만남 가능성에 관한 것으로 이는 우리가 자신의 신앙을 초월하도록 해 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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